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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내 사랑하는 카르멘"

장서희가 열연한 작품 '아내의 유혹'은 2009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40%를 기록했던 막장드라마의 상징이다. 바람둥이 남편이 임신한 현모양처를 물에 빠뜨려 죽이고, 아내의 절친과 결혼하게 되는데, 죽은 줄로 알았던 아내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전 남편과 친구를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막장드라마라고 하면 우연과 운명이 오묘하고 작위적으로 결합된다. 범죄.불륜.출생의 비밀.패륜.삼각관계를 배경으로 복선과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한다. 대개는 빠른 전개로 도입부가 과감히 생략되기도 하고,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 없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먼저 등장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 등장하는 명언이다. 이 작품에는 왕자가 왕, 즉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내용상으로는 막장의 요소가 다분하다. 따져보면 막장의 시초는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녀 간의 근친상간에, 유혹과 쟁취를 위한 싸움이 이어지면서 죽고 죽이는 일이 반복된다. 그야말로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년 전 한 유명 희극인이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내놓은 작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념비적인 CG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기도 했는데, 당시 사람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영화의 스토리가 납득이 안 된다는 지적과, 근사한 볼거리를 제공했으니 성공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오페라의 경우는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하거나 스토리 라인을 맡아줄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지만, 드라마적인 요소에 비해 음악이 더 많이 부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동생을 처형시켜버린다는 이야기를 다룬 '일 트로바토레'는 내용이 엽기적이고 구성도 불안정하지만 베르디 음악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빛난다.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태어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의 세비야 담배 공장에서 일하던 집시 여인 카르멘은 전도유망하고 성실한 경비 부대 소속 군인 돈 호세를 유혹한다. 담배 공장에서 벌어진 싸움을 처리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돈 호세는 말썽을 일으킨 카르멘을 호송하던 중 유혹에 넘어가 그의 탈출을 돕는다. 이로 인해 그는 3개월간 복역하게 되고, 출소 후 카르멘을 다시 만나게 된 한 술집에서 그를 놓고 자신의 상사에게 칼을 뽑아 든다. 더 이상 부대에 복귀할 수 없게 된 돈 호세는 카르멘과 산으로 도망가 그곳에서 밀수꾼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작품의 후반은 돈 호세에 싫증을 느낀 카르멘이 변심을 하는 과정이 묘사되며 시작된다. 두 명의 동료와 카드 점을 보았는데 이때 카르멘의 죽음이 반복적으로 암시된다. 그를 흠모했던 투우사 에스카밀로가 카르멘을 만나기 위해 산속으로 찾아왔고 돈 호세와 결투를 벌인다. 때마침 돌아온 카르멘 덕택에 죽음의 위기를 면한 에스카밀로는 곧 열린 자신의 투우에 초대한 후 산을 떠난다. 카르멘은 투우장으로 달려가고, 순정을 바쳐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 미카엘라를 통해 어머니의 위독함을 들은 돈 호세는 그와 고향으로 향한다.

분노로 가득 찬 돈 호세는 미카엘라를 버리고 투우 경기장을 찾는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투우 경기에 나선 에스카밀로를 지켜보는 카르멘은 목숨을 조심하라는 동료의 충고를 무시하다 돈 호세와 다시 만난다. 에스카밀로를 향한 카르멘의 사랑을 확인한 돈 호세는 불타는 질투심에 카르멘의 등에 칼을 꽂고, 그의 시신 옆에서 절규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이때 돈 호세 부르는 마지막 아리아는 "아! 카르멘! 내 사랑하는 카르멘(Ah! Carmen! ma Carmen ador?e)"이다. 인생은 아이러니. 사랑과 질투는 그 경계를 얄궂게 넘나 든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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