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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Run for Life

50회 뉴욕 시티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나는 참가번호 30633을 받았다. 같은 장소에서 모이고 같은 길을 달려 센트럴파크에 도달하지만 매년 다른 느낌이다. 5만 명이 넘는 선수들이 시간 별로 출발을 한다. 나는 다행히 빨리 뛰는 그룹에 섞여 출발할 수 있었다. 브루클린 4번가쯤 오면 이미 빨리 뛰는 사람들은 다 지나갔고 뒤처져 있으면 15분 늦게 출발한 팀이 앞장을 선다.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뛰다 보면 내가 빨리 뛰는 사람으로 착각을 한다.

날씨도 좋다. 단풍이 이제 막 들기 시작한다. 다른 해에 비해 많이 늦다. 기침이 너무 심해 뛰는 것이 어렵다. 찬바람을 맞으며 입을 벌리고 달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친다. 반절도 못 가 힘이 다 빠졌다. 기침이 심하니 뛰는 재미도 없고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가 먼저 떠오른다. 아들과 딸 조카들이 맨해튼 1번가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나타나지 않으면 실망하는 표정을 상상하니 힘들어도 가는 수 밖에 없다. 기막힌 풍경이 나오면 사진도 찍고 쥐가 나면 다리 스트레칭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이 어린 사람도 참 힘든 일이구나 생각해 본다. 퀸즈 다리를 넘으면 16마일이다. 이쯤 되면 빨리 뛰는 사람들은 다 지나갔고 주거니 받거니 힘겹게 다리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격투장이다. 그래도 길거리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고 바나나와 초콜릿을 들고 받아 먹으라고 손짓한다. 그러다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하늘을 찌르는 소리로 외친다. 서로 껴안고 사진 찍고 캔디 받아 입에 물고 빨리 가라고 손짓한다. 아무도 모르는 그 많은 사람 중에 나를 기억하고 응원해 준다는 뿌듯함이 지쳤던 심신을 일으킨다. 가야지 뛰어야 해.

나는 이번이 15번째 참가다. 15번 뉴욕마라톤을 완주하면 많은 혜택이 뒤따른다. 첫째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등록만 하면 뉴욕마라톤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9+1은 물론 자원봉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클럽 인원으로 주요 행사에 참가할 수 있고 모든 경기에서 우선권이 주어진다. 거르지 않고 계속 참가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15번을 해냈다. 조금 젊은 나이에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이 어린 사람들과 함께 뛴다는 즐거움이 있고 뉴욕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5개 보로를 내발로 밟아보는 느낌도 달랐다. 특히 인내심과 끈기와 참을성을 내 가슴에 간직할 수 있는 큰 자산을 얻었다.

내년에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 내가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힘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같이하고 싶다. 뛰다 보면 장애인이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두 사람이 양 옆에서 같이 뛰어준다.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추고 화장실과 물이 필요하면 물을 공급해주면서 최상의 여건을 보조해 준다. 장애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연습하고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할 것이다. 혼자 할 수 없고 누구의 도움으로 해내야 되는 여건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고 뛰는 그 자체가 자기의 모든 투지를 걸지 않았나 생각 된다.



메리 위튼버그(Mary Wittenberg)는 뉴욕마라톤 클럽 CEO에서 물러났다. 그녀는 마라톤 박람회에서 제일 앞에 서서 선수들을 맞이하고 안내를 한다. 마라톤 당일에는 자원봉사 조끼를 입고 바람이 많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스태튼아일랜드 다리 밑에서 새벽부터 밀려드는 선수들을 위해 안내하고 주름 많은 얼굴에 군살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몸매,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 갈 것 같지만 모자를 눌러 쓰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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