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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EnoB…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어

2011년 가을, 필자가 이노비(EnoB, Innovative Bridge)와 처음 함께하게 된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비영리 단체와 소외된 분들을 위한 일에 관심이 많았었고 잠깐 관련 공부를 하긴 했지만, 실무 경험은 없었던 그때 이노비와 인연이 되어 함께하게 되면서 퀸즈의 한 교회에서 열린 암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음악으로 힘드신 분들을 위로하는 것이 이노비가 하는 일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아무런 감도 못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당일 준비한 음악회가 시작되고 음악회 도중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시는 암 환자 분들 옆에서 평소 웬만하면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내 눈에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 이 일이 많은 분에게 정말 큰 힘을 줄 수 있는 일이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이노비가 준비한 공연의 선율을 들으시는 한 분의 암 환자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 다양한 감정과 눈물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함께 울고 난 순간이, 나만 생각하며 살아오던 그동안의 삶을 뒤로하고 이노비에서 남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첫 계기가 되어 이후로 지난 7년간 이노비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해왔다.

바로 전날 호스피스 병원으로 이송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복잡하고 슬픈 감정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우연히 참석하게 된 이노비의 콘서트를 통해 마음의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는 브롱스 호스피스 병원의 환자,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뛰어놀았던 퀸즈 지역 한인 중증 장애인들, 첫 만남에서는 화가 나 계셨는데 음악회가 끝나고는 환하게 웃으시며 연거푸 고맙다고 해주시는 맨해튼의 양로원의 어르신, 근 몇 달간 하루도 웃어본 적이 없었다는 환자 가족의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 항상 자기때문에 걱정으로 가득했던 엄마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좋아하시는 모습이 좋았다는 컬럼비아 대학 어린이병원의 어린이 환자. 머나먼 타국의 양로원에 계시면서 언어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기가 죽어 계시던 한인 어르신이 당신이 계신 양로원으로 찾아온 이노비 한인 연주자들의 수준 높은 공연에 양로원 관계자와 미국 어르신들이 감탄하자 어깨를 펼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하시던 모습.

연주 봉사로 참여하시며 오히려 내가 더 힘을 얻어간다며 해주신 많은 이노비 뮤지션분들.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해주신 많은 이노비 후원자분들. 평소 게임에만 열중하고 부모님과 소통하지 않던 아이가 이노비 주니어 발런티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봉사와 나눔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발표하자 깜짝 놀라시며 대견스러워 눈물을 흘리시던 부모님들. 사회에서의 첫발을 이노비에서 인턴으로 시작하며 앞으로도 남을 위해 조금이나마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인턴과 스탭들. 그동안 이노비와 함께 했던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이노비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문화복지 비영리 단체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어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며 이 세상 가장 소외된 분들이 한 분이라도 한번 더,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기쁨과 행복의 작은 조각들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이노비의 궁극적인 목표인데, 행복은 그렇게 거창한 것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은 사소하고 작은 것과 우연한 것들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데, 아주 작은 기쁨과 행복의 조각 들이 모여서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이노비는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데, 어둠과 절망, 소외된 곳에서 계시는 분들께 이노비가 한 줄기 희망과 긍정의 힘이 되어 그것을 계기로 인생을 변화를 시키는 힘이 되는 것도 좋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그분들을 찾아간 순간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쉬었다 가시는 쉼터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오래전 기분이 우울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절망적인 생각에 빠져 뉴욕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우연히 듣게 된 길거리 연주자가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에 감동을 받고 기분이 전환되어 힘을 얻은적이 있었다. 많은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아주 작은 '계기'가 이노비가 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면, 봉사자들의 환한 인사가, 연주자들의 미소가, 음악 한줄기가, 꽃 한 송이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힘이 될 수 있다면 이노비는 그 어디라도 찾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일이 지난 12년간 이노비가 뉴욕을 시작으로 세계의 많은 분들에게 전하려고 해왔던 것이고 실제로 꾸준히 그 해오던 일이다.

변화는 작은 시작점부터

장작불을 피우기 위해 나무에 불을 붙일 때, 젖은 장작만 있을 땐 아무리 오랜 시간 공을 들여도 불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위에 마른 장작을 하나 얹어 일단 불을 붙이고 나면 결국 젖은 장작들도 불이 붙어 전체가 활활 잘 타게 된다. 변화에는 시작점이 필요하고 모든 것은 시작이 중요하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의 봉사와 선행이 시작이 되어 다른 분들께도 전달이 된다면 젖은 장작으로 옮겨붙는 불처럼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사회 전체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이노비의 이런 활동이 언젠가는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큰 영향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노비가 찾아가는 곳의 많은 분들은 더는 상태가 좋아질 수 없거나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는 분들이 많아 정부나 큰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이 많다. 호스피스병원의 환자분들은 여러 가지 병환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으신 분들이고 중증 자폐나 다운증후군 등을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은 도움을 받는다고 그들의 장애가 확실히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노비는 주로 그런분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의 마지막 시간을, 그들의 현재를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함께한다. 어떤 분들은 이노비의 선행의 결과가 숫자로 보여질수 없음을 아쉬워하시는데, 세상에는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일도 많이 있는 것 같다.

항상 장애인과 그들의 인권을 위해 힘써오신 오준 현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교수님께서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로서 뉴욕에 계실 때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을때 해주신 말씀에서 누구나 인생의 한순간은 장애인이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병이 들어 입원을 할 수도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 질 수도 있고, 누구나 결국은 남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인생에서 한 번은 온다는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이 그런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때를 생각한다면 주변의 힘든 분들이 그렇게 남의 일 같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세상에 단 한 명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꿈꾸는 이노비는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모두가 행복한 곳. 내가 가진 재능이나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을 때 찾는 곳으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노비를 통해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직접 그들의 웃음과 행복을 볼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노비=이노비는 2006년 뉴욕에서 시작된 '501-C3' 문화복지비영리 단체이다. 뉴욕 퀸즈 플러싱의 한인 장애인 단체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라이브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500불을 모아 강태욱 이노비 회장에게 전달하면서 처음으로 소외된 분들을 위한 문화복지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해주면서 시작되었다. 본사인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텍사스, 워싱턴DC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이노비 코리아가, 중국 선전에서 이노비 차이나로 활동하고 있다. 이노비는 이노베이티브 브릿지(Innovative Bridge- EnoB)의 준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과의 다리가 되자는 모토로 시작해, 소외된 분들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메인 사업으로 현재 대략 총 450회의 무료 공연을 진행했다. 현재 뉴욕에서는 저소득층, 장애어린이를 위한 뮤직에듀케이션 프로그램과 호스피스병원의 환자 가족들을 위한 플라워힐링 프로그램, 음악과 미술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www.EnoB.org


김재연 / 이노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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