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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뒤늦게 뭔 철학?

내겐 두 개의 이름이 있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소중한 이름 하나 그리고 성당에서 영세를 받으면서 받은 이름이다. 이민생활을 하다 보니 세례명이 편의상 많이 불려진다. 그 이름이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이다.

토마스 라는 이름을 지닌 성인이 셋이 있다고 알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무어(Thomas Moore) 경과 예수님의 제자 토마스와 이탈리아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다. 그분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책을 사다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 얼마 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도미니코회 수사신부로서 성 아우구스티노와 함께 가톨릭 철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중세기의 스콜라 철학자로 형이상학을 다룬 신학자란 사실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책의 어렵고도 난해한 내용이 번역의 어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분의 사상이 심오해서인지 쉽게 읽혀지지 않아 두고두고 조금씩 읽기로 했다.

철학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해왔다. 대답이 딱히 없었다. 누가 무엇을 얘기했는지 궁금해 이 책 저 책을 많이도 들춰 봤지만 대책 없는 시도였고, 마음에 전혀 와 닿지도 않았다. 지금의 나와 철학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만약 또 아무 연결고리가 없다면 딱히 철학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여러 학자들의 글을 보다 보니 관념적인 것에만 치우치는 내 모습을 보았다.

지혜를 사랑하는 문학이 철학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러면 그 지혜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생겼다. 현명함인가? 아님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일까? 고매한 교수님들의 소유물이 아닌 실용적인 것일까? 한 마디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것이 또 철학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알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한 사상가 나심 니콜라스 탈렙(Nassim Nicholas Taleb)의 말이 와 닿았다.



뿌연 안개와 같은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추구하고 보존하며 소중히 남겨야 할 유산들은 무엇일까?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물질만능의 부유하고 윤택한 삶일까? 인공 지능의 발달과 이것으로 인해 야기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간다. 무기를 팔아 부를 축적하는 악한 무리들이 버젓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현실. 전쟁을 일으켜야만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위정자들의 횡포에 세상은 신음하고 병들어간다. 과대소비를 권장하고 가난을 죄악시하는 현대에서 과연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믿는다. 나를 변하게 하는 시작이 삶에 대한 원칙에서 비롯된다면 그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도 철학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지네가 백 개의 다리를 가지고도 빠른 속도로 길을 걸어 다니는 것을 본 여우가 질문을 한다. "세상에, 나는 고작 네 개의 다리와 꼬리 하나로 길을 가다가도 발이 꼬이곤 하는데 도대체 넌 어떻게 백 개의 다리로 그리 자유로울 수가 있단 말이냐?"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다음날 아침에 길을 나서던 여우는 발이 죄다 엉켜서 제자리에서 꼼짝을 못하는 지네를 보았다. 우리의 삶도 이런 것 아닐까?

그냥 살아가는 것이지 어떻게 사는가 하는 질문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지네처럼 발이 꼬여 버리는 철학자가 될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지배적인 세력에 편승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선한 의지를 지녀야 할 것이다. 뒤늦게 뭔 철학? 하고 묻는다면 이제라도 철이 들고 싶어 철학 한다고 말할 것이다. 당당하게. 그러고 보니 문학이랑 철학이랑 많이 닮아있다. 세상의 이익 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펼치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가난한 공부란 면에서 말이다. 간만에 하는 철든 소리다


고성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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