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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승승 방탄, 장구하라

2018년은 방탄 소년단의 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초고속 시대에 걸맞은 빠른 행보와 그에 따른 성취로 다양한 최고의 연속 기록을 이뤄내는 기적 같은 기세를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

딸이 지난여름 휴가를 일본에서 보내면서 오는 길에 한국을 들러왔다. 전화기의 이상으로 애플 상점엘 갔다가 바로 옆 방탄 소년단의 캐릭터를 취급하는 곳에 들렀다. 값이 만만치 않아서 별생각 없이 곰 인형을 하나 사 왔다. 때맞춰 이곳 할리우드에 방탄의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개점 전날부터 장사진을 치고 텐트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상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소식이다.

난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방탄의 인기를 그리 실감하지는 못했다. 이어 신문에서 방탄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도 난 나와 먼 얘기처럼 무심했다. 얼마 전에 방탄이 유엔에서 연설을 했고 그 연설이 사람들에게 그들의 노래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는 기사를 봤다. "히야 제법이군!" 하다가 이게 범상치 않은 일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는 한국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일이 실제로는 참 어려운 일이다. 토요일에 한국학교를 보내지만 집에서 사용하지 않으니까 바람처럼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



얼마 전, 며느리가 애들에게 한국어를 좀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제의를 했다. 흔쾌히 허락하고 가르쳐보니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우선, 맥빠진 습관대로 무척 지루하고 힘겨운 일이라는 선입견으로 귀를 꼭 닫고 있었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데 제일 큰 어려움은 말하는 순서다. 이것이 영어권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도 역시 큰 걸림돌이 된다. 거기다 한국말에는 영어에 없는 동사와 형용사에 어미 변화가 많다.

방탄의 노래를 가르쳐보자고 유튜브엘 들어가서 처음으로 방탄의 노래를 듣고 가사도 받아 적었다. 그들이 왜 유명해지고 그토록 인기를 얻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세대 차를 훌쩍 뛰어넘어 나도 담박 그 노래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노래만 좋은 것이 아니고 시적인 가사의 희망적인 메시지도 참 훌륭했다. 가사를 적은 종이를 주고 음악에 맞추어 눈을 따라가라고 했더니 손자가 눈을 반짝 빛내며 시키지 않아도 반복해서 듣는다. 흥미 유발 성공!

가사는 한국말 반 영어 반으로 아이들이 따라 하기 딱 좋았다. 놀라운 것은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이 어려운 한국말의 장벽을 넘어서 이 곡들을 좋아하게 되고 빌보드 차트를 1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 가사에는 얼쑤, 조오타, 지화자의 추임새도 들어있다.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신기하다. 내가 어렸을 때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팝송을 듣고 외우며 좋아했었다. 그 가사가 지금도 잊지 않고 입에서 술술 나온다. 이처럼 내 손자도 평생을 잊지 않고 이 노래를 읊조리게 될 게다. 덕분에 한국어의 교육이 덩달아 확실하게 되었다.

놀라운 방탄의 위력이다. 덕분에 이 할미의 어깨가 번쩍 올라가고 짐이 가벼워졌다. 승승하는 방탄이여 영원히 장구하라!


민유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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