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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아버지가 수필전집을 사 오셨다

밤이 깊어지는 계절, 책 읽기에 좋은 때다. 내가 책하고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학교 때였다. 호기심 많고 질문하기를 좋아했던 나는 지도를 보고 여러 곳을 상상해 보는 것을 좋아했다. 지도에서 여러 곳을 돌아보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속에는 더 구체적인 세상이 있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부산의 한 중학교 근처에는 판매와 대여를 병행하는 서점이 있었다. 서점의 반은 대여용 도서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학교에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어서 읽다 보니 점점 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다행스러운 것은 소설과 위인전을 거쳐 세계 명작류로 분류되는 책들을 주로 읽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헤밍웨이와 존 스타인백 등을 읽었고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나 마크 트웨인의 책을 읽을 때는 밤을 새우기도 했다. 아직도 안 읽은 책이 있느냐고 물으며 웃던 서점 주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때는 고전이 어떤 책이고 왜 읽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베스트셀러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쓴 컬럼비아대학의 모티어 J 애들리 교수에 의하면 그동안 서양에서만 수백 만권의 책이 발행되었는데,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몇백 권이 고전이다.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주고 세상과 삶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주며 우리의 정신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수필전집을 사 오셨다. 아버지는 공부를 많이 하고 책을 좋아 하셨던 분은 아니었다. 아마 판매원이 회사를 방문해 다들 전집류를 사니까 그중 가장 부피가 작은 수필전집을 사 오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등 다섯 권 정도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읽기가 쉬웠다. 그러나 울림은 컸다. 아마 내가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생이었기에 더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의 글은 조용하지만 내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되었다. 그의 책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세상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는 것을 배웠다. 보편적인 상식의 토대 위에 신앙을 가질 때 가장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고 소박한 생활을 통해 행복해지는 것이 그리스도의 정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독서를 통해 형성되어 가던 나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책들이라 할 수 있다.

육체는 발전에 한계가 있지만 정신세계는 독서를 통해 더 오랫동안 더 많이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이 모든 것을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접함으로써 내속에 잠자고 있는 열정을 찾아낼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진실이 비틀어져 전달되는 시대일수록 독서는 진실에 근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독서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내가 찾아야 할 길을 찾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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