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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수평선이 보이고 파도 치는 호수

딱 30년 전이다. 필자는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유학 중이던 사촌을 찾았다. 당시만 해도 매디슨에는 한국식당이라곤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위스콘신의 주도이고 유학생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동포들이 없으니 한국식당의 질이 좋을 리 만무였다.

이사부

이사부

그래서 당시 유학생들은 특별한 날이면 시카고 한인 타운을 찾았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 일찍 차를 몰고 하이웨이를 두어시간 달려 시카고 한인 타운을 찾았다. 10시 전후해서 문을 연 곳을 찾아 김치찌개에 된장찌개, 그리고 제육볶음까지 곁들여 배불리 먹었다. 둘이서.

사촌은 한국에서 온 손님(필자)을 데리고 시카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시카고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시어스 타워였다. 지금은 이름도 윌리스 타워로 바뀌었고, 더이상 세계 최고층도 아니지만 그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시어스 타워는 무조건 가봐야 했다.

당대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빌딩에 올랐지만 그 높이보다 필자는 그 앞에 펼쳐진 바다(?)가 더 눈에 확 들어왔다. 분명히 시카고는 내륙도시이고 앞에 호수(레이크 미시간)가 좀 크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건 분명히 호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호수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에 가자는 사촌을 데리고 호숫가로 나갔다. 위치는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시어스 타워에서 가까운 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호숫가로 갔더니 높지는 않지만 파도 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봐도 호수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에다 호숫물을 찍어 맛을 봤다. 바닷물처럼 완전히 짜지는 않지만 왠지 짠맛이 느껴졌다. 워낙 호수가 크고, 나는 그것을 바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약속 때문에 오후 두어시쯤 다시 한인타운을 들러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꽉 찬 배에다 우겨 넣고 위스콘신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언제 또 우리 음식을 먹을지 모르니 미리 저장해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촌은 시카고 한인타운은 물론 한인사회가 돌아가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제법 떨어진 곳에 살면서 어떻게 남의 동네 이야기를 잘 아는가 했더니 바로 중앙일보였다.

사촌은 중앙일보를 구독해서 동료 유학생들과 함께 돌려 읽는다고 했다. 그때 구독신청을 하면 워낙 먼거리이기 때문에 배달이 아니라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그러니 최소 며칠은 지난 신문을 봤던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한국 방송을 미국에서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다. 신문 하나로 시카고의 한인 사회는 물론, 시카고 지역, 그리고 미국, 더 나아가 한국 소식까지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억의 창고 한 켠에서 겨우 떠올린 30년 전 시카고의 추억이 세월만큼이나 아스라하다. <저널리스트>


이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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