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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영웅 애국자 박항서 감독

우리는 영웅이나 애국자 하면 아주 큰 틀에서만 생각하기 쉽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도 애국자나 영웅이 나타난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박항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축구 감독 이야기다. 박항서 축구감독은 한국서는 3류 팀을 이끌던, 별 볼일 없는 감독이었다. 다만, 한국 축구의 영웅 히딩크 밑에서 코치로 지낸 경력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가 2017년 10월 월남에 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붙여진 이름들이 우리들의 귀를 의심케 한다. 아버지, 스승, 영웅, 영적인 지도자, 베트남의 태양, 그리고 베트남 국부인 호찌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베트남 시민들을 볼 수 있다. 한류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서도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과 베트남은 현대사에 아픈 상처가 있다. 어느 정치인, 기업인, 외교관도 진정한 화해를 가져오지 못했다. 두 국가 간 진정한 화해를 가져온 것은 박항서 효과가 크다. 베트남이 한국보다 국민 소득이 낮고 선진대열에 서지 못했다고 얕보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소위 강대국이라 일컫는 프랑스, 중국, 미국과 맞서 싸워 승리한 민족이다. 열악한 무기, 형편없는 보급품, 끈 떨어진 샌들을 신고도 정신력 하나로 이긴 무서운 국민이다.

박항서 감독의 놀라운 지도력은 축구의 기술적인 면보다 이 정신력을 일깨워준 것에서 찾아야 한다. "너희들은 약하지 않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그 소리는 개발 세대인 우리들이 외쳤던 구호였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지도자는 정신적인 면에서 먼저 깨닫게 한다. "잘 살 수 있다.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하면 된다." 이 모든 구호들이 놀라운 지도력에 힘입어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마침내 우리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던가.

박항서 감독의 소탈한 기자 회견을 보면서 그가 이룬 업적이 우연히 이루어진 기적이 아니라 그의 강인한 기질, 결단력, 책임감에서 베트남 선수들의 영혼들을 일깨워 주었음을 느꼈다. 동남 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스즈키 컵을 10년 만에 우승하고, 받은 축하금 10만 달러를 베트남 축구 발전과 불우 이웃을 위해 쾌척하는 모습도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그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게 애국심 똘똘 뭉치게 했다는 점이다. 통일 후 베트남은 남과 북이 보이지 않는 껄끄러움이 늘 있었는데 박 감독 이후 축구 하나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니 놀랍고 영웅이란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말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해 주십시오"하는 부탁이다. 더 이상 애국자가 어디 있겠는가! 베트남 곳곳에서 그들의 국기인 금성홍기와 태극기가 함께 거리를 누빈다. 박항서 감독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고 애국자다.


이선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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