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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물가에 앉으면 말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자가 현자를 만나면 왜 말없이 차만 마시는 줄 이제 알겠다. 존재의 바닥에 이르면 거기는 고요이지 침묵이 아니다. '고요의 말'이 있다. 누가 어찌 살았든 그 평생은 이 말 한마디를 찾아 헤매는 길인지 모른다. 사실 누구나 구도자다."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환자의 삶을 산다는 것-그건 세상과 인생을 너무 열심히 구경한다는 것이다. 소풍을 끝내야 하는 천상병의 아이처럼. 고통을 열정으로 받아들였던 니체처럼."



"아침부터 세우가 내린다. 우산을 들고 산책을 한다. 걷다가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은 잿빛이다. 그래서 더 멀고 더 깊어 보인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흔히 그 사람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한다. 이 말은 얼마나 숭고하고 성스러운가. 하늘로 가는 건 승천이다. 승천은 성자만이 한다. 우리는 마지막에 모두 성자가 되는 걸까."



2018년 세상을 떠난 철학자·미학자 김진영의 유고집 '아침의 피아노'중에서. 1년 암 투병 중에 쓴 메모를 일기 형식으로 모았다. 부제가 '김진영의 애도일기'다. 그는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이 글을 썼다. 마지막 페이지, 그의 마지막 문장은 "내 마음은 편안하다" 딱 한 줄이다.


양성희 /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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