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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선행(善行)



얼마 전 인터넷 신문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서울 양천구 파출소에 세 어린이가 들어섰다. 열한 살, 여덟 살, 여섯 살인 삼 형제가 중학교 운동장에서 주웠다며 동전을 내놓았다. 10원짜리 7개, 50원짜리 1개였다. 삼 형제는 동전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파출소까지 300m를 걸어왔다고 했다. 파출소의 당직 경찰들은 10분여 논의 끝에 “분실물 접수는 보류하되 선행한 아이들에게 상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삼 형제를 근처 편의점에 데리고 가 좋은 것 고르라고 했더니 삼 형제가 동시에 고른 것은 500원짜리 풍선껌이었다. 순경이 1500원을 계산했고, 삼 형제는 각자 손에 껌을 들고 귀가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서울 양천경찰서 게시판에 ‘경찰관들에게 감사드린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삼 형제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는 “꼬마들이 집에 들어와서는 마치 나라를 구한 것처럼 풍선껌을 씹으며 자신들의 일화를 자랑했다”라며 “아이들의 동심(童心)을 지켜주고, 부모를 대신해 좋은 교훈을 준 경찰관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다음은 작년 연말 미국에서 생긴 일이다. 라스베이거스 딸의 결혼에 갔던 어머니가 동행했던 아들이 지갑을 비행기 안에서 잃어버리고 내린 일이 있었다. 20세 아들의 지갑 안에는 아이디 카드, 그가 직장에서 받은 400불짜리 수표, 은행 데빗 카드 그리고 현금 60불이 있었다. 곧 해당 항공사에 연락했으나 지갑 습득 신고가 없다고 해서 포기하고 잃어버린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사우스 다코다 집으로 그의 지갑이 든 소포가 우편으로 배달됐다. 지갑 안의 내용물 모두가 고스란히 있었고 손으로 쓴 편지가 있었다. “오마하에서 덴버로 가는 프런티어 비행기 12번 줄 좌석 F에서 발견. 좌석과 벽 사이에 끼어 있었음. 돌려받기를 바랄 것으로 생각됨. 행운을 기원. 추기: 지갑 찾은 일을 축하하라고 40불을 더해 100불을 보냄. 즐겁게 지내기를. T.B.”
이름 모를 선행자에 감격한 지니(Jeannie 엄마의 이름)가 누군지 찾아 직접 감사하고 싶었다. 지니가 이 내용을 그녀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T.B.로만 사인 된 노트의 사진도 찍어 올렸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드디어 T.B.가 누구인지 밝혀졌다. 그는 오마하에 사는 다섯 아이의 아버지 타드 브라운(Todd Brown)이었다. 그가 기내에서 시트벨트를 착용하려 할 때 지갑을 보았고 처음에는 기내 승무원에게 건네려 하다가 확실히 본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기가 직접 우송했다는 것이다. “지갑에서 보니까 20살이고 일해서 받은 수표도 있어서 열심히 살려는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도 20살이었던 때가 있었고 그 나이에 그 돈은 적은 돈이 아니지요.” 브라운의 말이다.
그 후에 지니가 페이스북에 이런 감사의 말을 남겼다. “저는요 우리 애들에게 세상 살면서 바른 일을 하라고 가르치고 결과에 상관없이 남을 도우라고 가르쳐요. 우리가 겪은 이번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사람들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에요. 지갑에 있던 하나하나 모두 대체할 수 있던 것이긴 해요. 세상에 나쁜 소식은 많고 좋은 소식은 그리 많지 않죠. 나는 이 세상에 훌륭한 사람도 있고 세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암울하지 않다는 믿음을 회복시켜준 데 대해 타드 브라운과 그 부인에게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싶어요.”
노자의 도덕경에 ‘지극히 좋은 것은 마치 물과 같다고 하였다(상선약수 上善若水)’. 착한 행실은 물이 흐르듯 한다. 전혀 스스럼이나 거리낌 없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양심이 이끄는 대로 세상일을 행하는 것이 선행이다. Todd Brown은 익명 T.B.로 남기를 원했다. 이 또한 노자의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에 통한다. 진실한 선행은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가 노자를 공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타드 브라운은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터득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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