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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짓밟힌 땅에도 봄은 오는가

3월 15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달 22일 한낮에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열명의 괴한들은 김정은 정권 타도를 노리는 비밀 단체인 '천리마 민방위' 소속 공작원들이라고 밝혔다. 2차 미북회담 소식에 밀려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사건의 전모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하나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북한 대사관은 미북회담 북한 측 대표인 김혁철이 2017년까지 대사로 근무하던 곳이다.

당초 스페인 현지 언론은 현지 경찰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미국 CIA와 한국의 국정원이 배후에 있는 것 같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미국과 문재인 정권이 북한 지도부에 정면 도전하는 이와 같은 일을 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스페인 현지 신문 '엘파이스'에 의하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열명의 공작원들은 복면을 쓰고 백주 대낮에 북한 대사관에 난입하였다. 공작원들은 문을 걸어 잠근 후 대사관 직원 8명을 밧줄로 묶고 머리에 헝겊 가리개를 뒤집어 씌운 다음 한 사람 한 사람씩 심문하였으며 심문 과정에서 반항하는 직원들은 구타당하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 여직원 한 명이 몰래 빠져나가 윗층 유리창을 통해 외부에 구조를 요청하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문을 열어 준 한 동양 남자는 태연하게 안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경찰관을 돌려보냈다.



경찰이 떠나자 그들은 대사관 내의 모든 컴퓨터와 직원들의 휴대전화기들을 탈취한 후 대사관 차량 2대에 나누어 타고 유유히 도주하였다. 이들이 타고 간 차량은 대사관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으나 이들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 이들이 이날 사용한 총기류는 후에 가짜로 밝혀졌다.

이들이 소속된 '천리마 민방위본부'는 도대체 어떤 단체일까. 이 단체는 2017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군을 마카오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또한 지난 3.1절 날 파고다 공원에서 '자유 조선 임시정부 수립'을 선포하는 영상을 촬영하여 단체의 로고와 함께 유튜브에 올린 바 있다.

'자유조선 임시정부 수립 선언서'를 낭독하는 한복차림의 젊은 여성이 북한 말씨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아마도 탈북자 단체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이 대한민국에 안주하는 것 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북한동포 해방과 나아가서는 자유조국 통일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탈북 사상가들의 모임같다.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조직적인 반 김정은 레지스탕스 운동을 전개하려면 자금력은 물론 여러 민간 단체와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없이는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군과 그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보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잠적한 이탈리아 북한 대사관의 조성길 대리 대사도 이 단체가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세습 독재정권인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의 비핵화와 조국의 자유민주 통일도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줄탁동기,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새가 안팎에서 서로 껍질을 쪼아야 하듯이 남북한과 해외의 7천5백만 동포는 우리에게 주어진 천하대세, 절호시운을 살려 우리 조국이 자유민주주의 통일 대한민국으로 동북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염원을 세우자.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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