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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겸손과 명예

최근에 여러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특히 깨달음을 주는 책을 보면 제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겸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일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라고 해석을 해 놓았습니다. 훌륭한 덕목입니다.

남보다 잘 난 사람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겸손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말에도 이미 자신감이나 이기심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자신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겸손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사람이 겸손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저는 겸손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많은 반성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겸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하고 남을 존중하려고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성심껏 대하려고도 합니다. 특히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능한 한 힘이 되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겸손한 태도를 위해서 노력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그런데 최근 겸손이라는 말을 보면서 겸손에도 자만심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합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하자면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됩니다. 내가 겸손해 지려고 한다는 말은 이미 내가 익은 벼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는 겁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는 말에도 마찬가지의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자신이 이미 높기에 자신을 낮추는 겁니다.



저는 겸손의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고 봅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낮음을 깨닫는 겁니다. 정말로 겸손한 분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그 분을 겸손하다고 칭찬하는 겁니다. 자신이 겸손하려고 노력한다는 사람은 이미 겸손하지 않은 사람인 셈입니다. 돌이켜 보면 잘 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이 겸손을 입에 올리고 있었던 겁니다. 겸손해 지는 게 아니라 잘난 척하지 않고 오만해지지 않는 것이 답일 수 있습니다. 조금 안다고, 조금 더 갖고 있다고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겠습니다.

겸손은 명예와도 연결이 됩니다. 명예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종종은 명예도 욕심이 됩니다. 자신을 지나치게 높고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에 명예가 욕심이 됩니다. 작은 일에도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면서 살아서는 안 되지만 자신의 이름이 대단히 귀한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에는 겸손이 빠져 있습니다. 명예는 소중하고 지켜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하지만 명예도 욕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명예욕이 큰 욕심이라는 것을 아프게 깨닫습니다.

종교에서라면 겸손과 명예는 더욱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참 종교인이라면 겸손은 당연한 것입니다. 신 앞에서 자신은 하잘 것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명예도 나를 위한 명예라기보다는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명예일 겁니다. 결코 놓아버려서는 안 되는 가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명예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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