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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뚝배기와 된장찌개

뚝배기가 옛맛을 되찾아준다. 어디 한 군데도 매끈치 못한, 그래서 투박하기만 한 질그릇이 낡은 송판 위 옆구리로 깊은 숨을 내쉬며 탁 소리와 함께 올라앉는다.

저만치 오솔길 아래 쪽 두 산이 겹친 사이에 한 조각의 바다가 떠내려간다. 눈은 바다를 쫓고 손은 잔을 찾는다. 목을 넘는 탁배기가 오두막만큼 알알하리라. 밀주라면 더욱 좋겠다. 탁배기 한 그릇이 그리울 때가 있다. 가끔은 고향 나그네가 되어 턱을 고이고 그 시절을 그려보곤 한다.

봄이라 해도 하루하루가 같은 날이 아니다. 보이지 않던 꽃망울이 볼록하니 간지럽다. 내일은 찬 바람이 남은 힘을 자랑하리라 한다. 봄 속에 겨울이 숨어있나 네 계절이 봄 안에서 날마다 다른 뜻을 보여주려 한다.

봄은 기다림이라 했던가. 꽃은 숨어있다 어느 날 놀리듯 나타나 웃어준다. 꽃은 저만치 거리를 두어서 예쁘다. 자세히 들여다 보려 하면 솜털구멍과 진한 향기가 뒷걸음치게 한다. 꽃을 보는 공간적 거리가 미학적 진실을 쉽게 찾아준다.



뚝배기의 살갗이 손바닥에 거칠어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고려자기(高麗瓷器)요 이조자기(李朝瓷器)다. 그 자기가 우려내 준 된장찌개의 은근함이 행복한 하루를 자유롭게 한다.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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