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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옹달샘 앞에서

내 책꽂이에 가지런한 오래된 책 중에 '마음의 샘터'라는 것이 있다. 예전에 한국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서 삶에 좋은 안내가 되는 말들을 모아 들려주는 방송을 해 오다가 청취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깜짝 놀라 엮어낸 책이다. 가까웠던 친척 형님이 선물한 것으로 기억되는 이 책은 내 성장기 한 시기에 많은 가르침을 나에게 주었다. '마음의 샘터'라는 책 제목도 좋았고 아직 많은 가르침이 필요한 때에 뛰어난 성현.영웅.지도자.작가.위인들의 지혜를 만나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책이다. 마치 책 제목 그대로 목 마를 때에 만나는 샘물 같이, 맑은 샘물을 마시듯 어떤 갈증이 해소되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렸는지 음악 시간에 배운 노래 가사였는지 분명치 않은 기억 속에서도 분명하게 기억되는 동요가 있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 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옹달샘이라는 너무나 예쁜 이름과 귀여운 글귀 때문에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눈 비비고 일어난 토끼라는 말은 옹달샘과 더불어 작은 행복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눈 비비고 아침에 눈을 뜨는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귀중한 보석 같다. 그들에게 아침 햇살 같이 따뜻하고 생명을 돋우는 사랑을 보내는 존재가 있어 이기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처음으로 이타심의 몸짓으로 다가가는 손길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설명이 필요 없다. 세수 할 것도 잊고 물만 먹고 돌아설 만큼 맑은 생명수의 풍경을 그려내는 어느 화목한 사람들의 아침이 옹달샘이고 아름다운 샘터다.

물이 생명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사람이 사는 섬과 살지 못하는 섬을 구분하는 것은 그 섬에 샘물이 있는가 없는가 이다. 사막 가운데에서도 식물이 자라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그곳에 물이 있는 샘이 있기 때문이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긴 산행 중에 준비한 물이 다 떨어진 경험은 샘물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을 생생히 느끼게 해 주었다. 커다란 바위들이 모여 있는 작은 언덕 아래 바위 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특별한 샘을 발견하였을 때 기쁨은 그때까지 가져보지 못한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아무 때나 쉽게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삶의 기쁨이었다.

'인생 도처 유 청산' 이라고 시를 읊은 시인이 있다.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작가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훌륭한 인물들을 경험하고 '인생 도처 유 상수'라고 말을 바꾸어 그 감회를 적고 있다. 마찬가지로 '청산이나 상수 대신 사람이 살아가는 여기저기에 옹달샘이 있다'라고 바꾸어 말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대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무엇이 어떤 사람은 그것이 샘터가 되어 쓰러지지 않고 살아 나아가게 된다. "이 맛에 상사맨 하지"하며 기분 좋은 웃음 터뜨리는 거래를 성사 시킨 영업 부장, 학문의 벗으로부터 선비 정신이 깃든 서화를 선물 받은 학자, 희귀한 무늬의 새로운 나비 하나 발견한 나비에 빠진 아이 등 그렇게 자기의 샘터를 찾아내고 생명수 마신 듯한 힘을 끌어내는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보여지고 사람들을 살게 하는 샘터는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살금살금 갈증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물이 없어 기갈이 아니라는 어느 경전의 가르침대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지고 물질이 넘쳐 나지만 사람들은 더욱 갈증과 허기로 괴로워하고 있다. 물 없는 길을 가다 만나는 옹달샘은, 길 없는 길을 가다 올바른 이정표로 만나는 마음의 샘터는 말 그대로 마음의 샘터이고 인생의 옹달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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