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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일 경제전쟁의 먹구름

일본이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것은 기술의 무기화다. 경제전쟁의 인상이 짙은 힘의 행사이자 한국 국력을 길게 압박하는 전초전이다. 앞으로도 한국경제에 급소가 되는 100여 가지의 금수 리스트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 측의 규제 철회와 한일 간의 협의를 촉구하자 일본정부는 가차없이 거부했다. 문 대통령이 자유무역의 원칙을 들며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때에는 맞대응을 하겠다는 국제적, 자구적 조치를 예고했음에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안보와 연결된 고급 소재들이 한국을 통해 유엔 제재국인 북한으로 흘러들어간다는 화이트 국가 배제의 명분도 내세운다.

한국이 조사해 봤지만 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혀도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기업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WTO에 제소한다고 특별한 묘안이 나올 성싶지 않다. 이 참에 한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 두 나라의 미래와 동북아의 역학관계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 새로운 협력관계의 위상을 정립하지 않고는 뾰족한 방안이 나올 리가 없다. 한일 정상이 새 시대에 초점을 맞춘 획기적인 방안을 들고 마주 앉아야 한다는 제의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이다.

한국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일본이 이미 수출 규제에 들어간 IT 핵심소재 3가지, 플루오린 플루이미드와 포토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은 재고품이 2~3개월 치만 남아있다. 그 후에 한국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 기업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현실은 끔찍한 국가적 대재앙이다. 일본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70~95%를 점유하고 있어서 대체국가도 없고, 국내 생산도 요원하다.



문 대통령은 10일 일본이 자국내 정치를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켰다고 비난했다. 어떤 효과를 노린 발언이겠지만 다급한 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제와는 반대 방향의 발언이다.

기업들의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생산의 확대, 원천기술의 도입, 인허가 간소화 등을 언급했지만 위기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어 현해탄에는 냉랭한 풍랑이 계속 드높았다. 오죽하면 지난달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이 단독회담 의사가 타진됐음에도 겨우 8초간 스치듯이 만나고 말았을까? 양쪽 모두 속 좁은 지도자상 아닌지?

대립의 촉발은 잘 알려진 대로 박근혜 정부 당시에 체결한 위안부 협약의 파기인데 국제 협약 폐기에 새 정부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평가이다. 대법원도 새 정부의 반일 기세에 부합되게 일제시대 강제 징용의 보상을 일본회사가 부담하라고 판결함으로써 일본의 분노를 부추겼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고, 경제 분야에서는 톱니처럼 얽혀 돌아가는 부분이 상당하다. 삐걱거리면 서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언행을 보인 것은 정치 이기주의이다.

과거의 아픔을 망각해서는 안 되지만, 과거에 매몰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아베 총리에게 평화와 협력의 진실을 감동적으로 각인시켜주는 일이, 한일 관계의 건강한 미래에 요체라는 생각이 든다.


송장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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