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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판도라상자] 삶과 죽음의 경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묻히셨으며,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기독교 신자들은 예수의 부활을 묵상한다. 물론 부활의 기적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제자 토마스에게 예수는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라고 하면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말씀으로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상의 죄를 죽음으로 대속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예수의 삶에 대한 성찰은 부활의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은 단순한 믿음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과학의 이름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정해진다. 심장의 기능이 멈추고 더 이상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때 우리의 뇌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다시 심장을 되살릴 수 있더라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뇌사에 이른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심장의 순환기능과 뇌의 손상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절대로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고, 뇌세포를 부활시키는 것은 과학자들의 꿈이었다. 최근 미국 예일대의 연구진은 이러한 삶과 죽음의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뇌에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기능이 정지된 뇌에 정상적으로 혈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킨다. 마치 정상적인 뇌에 혈액이 흐르듯이 뇌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도축장에서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를 브레인엑스에 연결하여 혈액을 흐르게 했다. 그 결과 죽었던 뇌의 일부 기능은 회복되었다. 놀랍게도 주요 혈관과 미세혈관의 순환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뇌의 신경기본단위인 뉴런이 만들어내는 전기신호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놀라운 생명의 부활은 6시간 동안 지속하였고 윤리적 논쟁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을 중단했다.

이 연구결과가 사회에 가져올 파장은 잠재적이지만 엄청나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인가에 대해 재정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응급처치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 장기기증을 결정할 수 있는가와 같은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큰 문제로 남는다. 이미 우리는 줄기세포연구에서 생명윤리의 위반으로 일어난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미 뇌과학 연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윤리적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시민사회의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미국은 신경윤리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를 선호하기 위해 선진국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혁신적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윤리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가 지원하는 연구는 끊임없는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합의에 기반을 두지 않는 연구는 삶과 죽음에 대한 회색지대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정의를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김기흥 /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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