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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삶의 감동을 전해준 친구

오랜만에 한국을 다녀왔다. 짧은 일정에 며칠은 업무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정신 없이 돌아가는 나라다. 빠르게 회의를 마치고 바로 업무로 돌아가는 한국 직원들을 본다. 직원들이 저렇게 일을 하니 한국이 세계 경제 12권에 오를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눈은 빛나고 몸은 사냥을 앞둔 사자처럼 긴장돼 있다. 멋져 보인다. 하지만 뭔가 2% 빠진 기분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여유를 갖고 생각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자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진다.

한 친구를 만났다. 40년 세월에 부잣집 아들에서 무직으로 돌아온 친구다. 걱정 없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부친 사업이 쇠락하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직장을 다니다 나오고, 작은 사업을 시작했지만 몇 년을 가지 못한다. 다시 직장을 찾지만 이미 40대 후반, 좋은 직장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지방으로 밀려나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월 100만원대 수입으로 4가족이 살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매월 그의 아내에게 전달하고 있다. 미안해 할까 봐 조금 사정이 좋은 내 이름으로 돈을 보내고 있다.

모처럼 전화 연락이 된 친구는 어느 맛집에서 꼭 보자고 한다. 내가 오면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한 달에 얼마씩 돈을 모았다고 한다.

맛집에서 만난 친구의 행색은 허름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이 한눈에도 느껴졌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는 기쁨에 한동안 설레었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만나는 설렘이 있는 것이다.

비교적 비싼 맛집이라 식사를 하고 나니 적지 않은 금액이 적힌 영수증이 눈 앞에 들어온다. 조금은 낡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을 하는 친구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계산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어려운 생활에 별도의 돈을 모은 친구의 성의를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친구가 계산을 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나에게 자기 지방의 특산물을 보내주었다. 짧은 일정이라 정신 없이 집으로 돌아 왔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에 진한 감동이 느껴진다. 마음에 위로가 온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 입은 직원들이 주지 못한 마음의 여유와 감동이 전해진다. 그동안 나는 친구에게 호의와 동정을 베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친구에게서 호의와 동정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지만 친구는 나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없지만 나눌 수 있고, 생각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기쁘게 한다.

출장으로 지친 몸이, 잘 풀리지 않는 회사 업무가,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지친 마음이 친구와의 만남으로 모두 풀어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기쁨이다.

감동은 이렇게 오는 모양이다. 친구가 그리운 하루다.


김류다 / 라크라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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