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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앙가주망과 톨레랑스

요즘 가방끈 짧은 민초들은 어리둥절하다. 한여름 더위에 짜증난다. 가뜩이나 자고나면 터지는 나라 안팎 뉴스에 심신이 고달픈데 이번에는 말장난으로 민심을 우롱한다. 배웠다고 무슨 시위하는 건지 원어 발음도 힘든 요상한 단어들로 티격태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벌이는 '폴리페서' '앙가주망' 공방을 지켜보며 변명과 자가당착도 인격에 걸맞은 수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앙가주망(engagement)'은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말한다. 지성과 언론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시대에 따라 지식인들은 언론을 공론의 장으로 활용하거나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프랑스는 자유를 신봉하는 나라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피와 투쟁으로 쟁취된다. '앙가주망'이란 단어가 본래의 뜻을 상실하고 정권의 실세에 아부하고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꾼들의 이중적인 잣대로 전락하는 것이 안타깝다. 지식인들이 앙가주망이란 구실로 폴리페서(Polifessor)를 정당화 하는 것은 눈 감고 아웅 하는 짓이다.

폴리페서는 입신양면을 위해 정치권력에 종군하는 교수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있다. 민초들도 알 건 다 안다. 나는 새도 땅에 떨어트리는 것이 민심이다. 사람의 입이다. 입으로 쪼아대는 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퍼진다. 수만 수천의 입에 오르내리면 종국에는 화를 자초하게 된다.



말에 능한 자, 말로 잔꾀를 부리는 자, 얄팍한 논리로 지식인을 우롱하는 자, 자기 말의 환상에 빠진 자, 요리조리 핑계 잘 대는 자, 내로남불의 이중 잣대로 변명에 능한 자, 코에 걸면 코걸이식 기회주의자는 종국에는 말실수로 스스로 판 구덩이에 빠진다. 권력은 하수상해서 바람이 불고 잦아지듯 꽃 피는 시간도 꽃이 지는 시간도 한나절이다.

정치인들은 '지식인과 학자로서의 도덕적 의무'인 앙가주망을 논하기 전에 '톨레랑스 (tolerance·관용)'를 실천하길 바란다. 프랑스인들에게 사상의 자유는 천부 인권으로 간주된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사상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이견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먼저 인정함으로써 차이를 존중하는 프랑스인들의 '톨레랑스'가 지금 한국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내로남불'은 동일한 상황을 두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행동을 이중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차이를 지적하는 말이다. 이 말 속에는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을 비하하며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의 편견이 내포돼 있다.

초등학교 문 앞에도 못 간 가방끈 없는 어머니는 '배운 거 티내며 못 배운 사람 무시하고, 가진 것 자랑하며 없는 사람 업신여기면 내 딸이 아니다'라고 하시며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셨다.

국민들이 이해도 못하는 말로 변명이나 말장난 하지말고, 변명은 알기 쉬운 우리나라 말로 진실되게 하고, 닭이 먼저니 계란이 먼저니 싸우다 계란 바구니 통째 날리지 말자.


이기희 / 윈드화랑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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