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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 이민자의 자녀양육 42 - 개 조심

매주말마다 집사람과 나는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조금 빠른 속도로 약 50분간 걸으며 한 주간의 일을 정리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웃들과 인사도 나눈다. 그 시간은 우리 내외의 운동 겸 오락 시간이다.

그날도 금요일 오후를 맞아 걷기를 시작했다. 반 마일 쯤 걸어 왼쪽으로 조그만 교회당과 넓은 평지를 끼고 돌았을 때, 오른편에 있는 한 집에서 개 한 마리가 위협적으로 짖으며 우리에게 다가 왔다. 잡종으로 보이는 큰 개가 사납게 생겼다. 계속 움직였다가는 물릴 것 같아서 걸음을 멈추고 집주인이 있는지 살폈다. 전에도 그 개가 우리에게 접근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마침 집 앞에 있던 주인에게 개를 불러 가라고 했다. 다행히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개여서 우리는 곧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개가 계속 짖으며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집사람의 무릎 바깥쪽에 개의 이가 닿아 흔적이 생겼다. 다행히 물리지는 않았지만 조금 급하게 움직이면 틀림없이 물릴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그 개 주인의 집으로 갔다. 드라이브웨이에는 차가 네 대나 서 있었다. 초인종을 꽤 여러번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높은 펜스 틈으로 정원을 들여다 보니 자동차만 두어 대 서 있고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개를 방치하고 출타 중인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물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염려스러웠다. 휴대폰으로 동물관리기관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이미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911에 연락을 했다. 우리의 상황과 염려를 설명했다. 사람을 보내겠다는 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20분이 지났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개는 여전히 우리 주변을 서성이며 짖어댔다. 911에 다시 전화를 했다. 사람을 곧 보내겠다고 했다. 30분을 더 기다렸다. 그사이 개도 지루했던지 다른 집의 개들한테로 갔다. 드디어 경찰차 한 대가 도착하더니 여자경찰관이 내렸다.

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중에 개가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경찰관을 향해 접근하며 짖어댔다. 경찰관이 재빠르게 총을 꺼내더니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개를 향해 쐈다. 개는 총알 한 발을 맞고 비명을 질렀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두 발을 더 쐈다. 신음을 내며 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 누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순간적으로 발생했다.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집사람은 우리 때문에 개 한 마리가 죽게 됐다고 자책하며 슬퍼했다. 경찰관은 우리 잘못이 아니라며 반복해서 위로해주었다.

더 이상 집사람과 내가 할 일은 없는 것 같았다. 경찰관은 동물관리원이 와서 개를 싣고 가도록 할테니 우리는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현장을 떠나 걷기를 계속하는 동안 총 맞은 개와 개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 개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했다.

집사람과 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경찰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물관리기관에서 그 개를 싣고 가는 것을 보고 우리 집에 들러서 진술서를 작성하기 원한다고 했다. 드디어 경찰관이 왔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개의 생사에 관해 물었다. 개가 아직 살아있다는 말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런데 개가 자동차에 실려 갈 때까지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집사람과 내가 그 저녁에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적어주자 경찰은 돌아갔다.

사흘 후 월요일 사무실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금요일 밤에 개를 데리고 간 사람이었다. 개 주인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그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는 말과 함께, 광견병 테스트를 위해 개 몸의 일부를 오스틴(Texas Health and Human Services: THHS)으로 보냈고 열흘 쯤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총을 그렇게 맞고도 살아있었던 그 개가 결국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왜냐 하면, 여기서 개 몸의 일부란 머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광견병 여부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뇌간(brainstem)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머리를 잘라 THHS의 랩(Laboratory Service Section: LSS)으로 보낸다.

2015년 9월 1일 이후 LSS는 광견병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전화를 하지 않는다. 집사람의 경우에는 개의 이빨이 무릎 바깥쪽에 접촉한 후 이미 10일이 훨씬 지났으나 전화를 받지 못했으니 그 개에서 광견병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도시에 따라 개에 관련된 법규가 다르겠지만, 달라스에서는 개를 방치하여 사람이나 다른 짐승을 물게 하는 것은 형사범죄(criminal offense)에 해당한다. 또한 사람이나 다른 짐승을 다치게 한 개는 위험한 개(dangerous/aggressive dog)로 분류된다.

개 주인은 자신의 개가 위험한 개로 분류된 순간부터15일 이내에 다음의 사항들을 실행해야 한다: 1, 개의 생식기관을 제거시킨다. 2, 등록비 50불을 들여 위험한 개로 등록한다. 3, 개줄로 매놓고 항상 살피거나 안전한 공간에서 살게 한다. 4,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는 입마개를 씌운다. 5, 10만불 이상의 책임보험을 든다. 6, 개목걸이에 위험한 개 등록증을 부착한다. 7, 개의 몸에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고 전국 개등록부에 이름을 올린다. 8, 달라스 동물서비스(Dallas Animal Services: DAS)에서 “BEWARE DANGEROUS/AGGRESSIVE DOG(위험한 개 조심)”이라는 표지판을 구입하여 개가 드나드는 곳마다 게시한다.

주인은 매년 50불씩을 들여 위험한 개 등록을 갱신해야 하며, 1부터 8까지의 사항들을 15일 이내로 실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위험한 개를 DAS로 넘겨야 한다. 달라스 애완동물에 관한 법은 달라스 시 홈페이지(https://dallascityhall.com/departments/dallas-animal-services/Pages/Pet-Laws.aspx)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말 그집 앞을 지날 때마다 그 개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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