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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빨리 빨리'에서 벗어나는 길

옥유진 / 변호사
옥유진 / 변호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8/17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9/08/16 20:04

미국 굴지 회사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많다. 미국인들의 공사는 결코 빨리 빨리, 주먹구구식이 아닌 철저한 연구조사를 거친 다음에 이루어진다.

미국에 있는 코노코라는 회사가 공장을 짓기로 계획하고 그 공사를 필자의 회사 브라운&루트에 의뢰했다. 우리에겐 먼저 공장을 짓기 위한 실험 과정이 있어야 했다. 그때 필자가 책임자로 간 곳이 칠레였다. 소규모 공장을 칠레에다 짓기로 한 이유는 먼저 실험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공장은 미국의 애리조나에 지을 것이지만 실험적으로 공장을 칠레와 애리조나에 세우면 어디가 더 경비가 적게 드는가를 조사했다. 칠레가 훨씬 적게 들었기에 칠레를 선택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실제의 건물을 짓기 전에 가건물을 경비가 적게 드는 곳에 지어보는 것이다.

칠레에는 CIMM이라고 하는 대규모 실험과 연구 시설이 있다. 즉 실제로 조그만 공장을 지어서 실험용으로 사용해 보는 것이다. 이것을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라고 한다. 이 파일럿 플랜트에는 총공사비 규모의 7%를 연구비로 쓸 수 있다. 코노코의 공장예산이 당시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였으므로 그중 3억5000만 달러를 연구비로 사용했다. 어떻게 보면 실제 공장도 아닌 것에 실험용으로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큰돈일지도 모른다. 또한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큰 공장을 다 지어놓고 나서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을 때의 손해를 생각한다면 연구비 투자는 손해가 아닌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미국 회사들의 또 다른 철저한 점은 한 회사가 다 하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회사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무엇이든 다 하지 않고 여러 회사가 함께 참여해서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완성시킨다. 한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것만 하고 다른 것은 또 다른 회사들에게 하청을 준다. 중소기업이 할 것이 따로 있고 대기업이 할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사란 것은 연구비가 투자되고 또 시간을 들여 충분한 검토 끝에 이루어져야 한다. 몇 개월 만에 큰 빌딩이 우뚝우뚝 서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그 건물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또 견고하게 오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반 집 공사나 건물공사나 국가적인 큰 건설공사 등 특히 사람들의 주거환경에 관련이 있는 공사에는 특히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단어 중에 하나가 '빨리빨리(ppalli ppalli)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잘 드러낸 것이라 본다. 얼마전 부실 공사와 불법 증축 등으로 광주 나이트클럽 붕괴사고가 또 일어났다. 철저한 준비 없이 관행적인 속도와 외형에 치중하면 결과는 확연하다. 우리의 조급증이 장단점이 있어서 IT 강국을 이루는데 한 요인이 되었다. 이 조급증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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