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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미 군사훈련 영구 중단될 수도 있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8/17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9/08/16 20:0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받았다는 '아름다운 친서'의 전문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알려진 것만 봐도 이 친서는 독특하다. 북한은 7월 25일부터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했고 6월 판문점 담화에서도 이를 재차 다짐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분노'가 없다. 그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종료되면 미사일 실험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 친서가 독특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사과했다. 북한이 사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째, 상반된 두 가지의 메시지가 담겼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존 볼턴 보좌관 등 미국의 강경파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셋째,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이 향후 행보를 미리 밝힌 것은 (필자가 아는 한)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상대방의 허를 찔러 전략적인 우위를 얻으려 했다.

넷째, 친서를 보낸 시점으로 보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시키려 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으로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다가 갑자기 유화적으로 전술을 바꿔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목적이라면 합동군사훈련이 종료된 시점에 친서를 보냈어야 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서신을 보냈으니, 아마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훈련을 취소시키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다섯째, 북한이 먼저 회담을 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아쉬운 입장에 처하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대화를 요청할 때까지 기다린다.

8월 11일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의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담화 또한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첫째, 해당 담화에서 한국 정부를 조롱했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앞으로 (미사일 발사로) 새벽잠을 깨우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는데, 권 국장은 판문점 담화를 빗대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이 글렀다"라고 비아냥거렸다. 둘째, 이번 북한 외무성 담화에서는 공개적으로 한국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권 국장은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니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에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회담을 재개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만약 만남이 성사된다면 위험한 회담이 될 수 있다. 실무협상 없이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균형이 맞지 않는 양보를 할 위험성이 커진다. 북한 외무성 담화와 김 위원장의 친서는 모두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잠정적 중단이 아닌 영구 중단을 요구한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위협 감소를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훈련 중단을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다음 정상회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위대한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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