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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 동영상 시대와 인공지능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LA중앙일보] 발행 2019/08/19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8/17 23:12

요즘 초등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동영상 사이트를 검색한다고 한다. 글을 읽는 것이 그렇게 귀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글이 동영상보다 여러모로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글은 주의를 기울여서 읽어야 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야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동영상은 정보 얻기가 훨씬 쉽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답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 있을 것이다. 인류가 활자를 갖게 된 것은 고작 수 천 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오랜 동안 진화를 거쳐 눈과 귀를 통해 정보를 얻고 처리하는 능력을 길러 왔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더 쉽게 습득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시각 정보나 음성 정보는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우리 뇌의 동작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반영하고 있다.

인류는 이제껏 한 세대가 얻은 경험과 지혜를 주로 글을 통해 후대에 전달해 왔다. 특히 문자는 정보를 축약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 쓰면 문서 한 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도 동영상으로 저장하면 수백 메가바이트의 파일이 된다.

예전에는 새로운 물건을 사면 두툼한 설명서 책자가 따라 왔지만, 이제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인터넷 동영상으로 제품 사용법을 안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용자들이 제품 사용법을 금방 익힐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게다가 이제 누구라도 손쉽게 개인 방송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변화가 더 빨라지고 있다. 예전엔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글을 썼지만, 이제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인류가 얻은 정보의 많은 부분이 동영상을 통해 축적되고 전달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있어 인공지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 중 동영상 인식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동영상에서 실시간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인식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금방 요약해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까지는 동영상 검색을 하면 제목이나 설명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표시해 주고 있지만, 조만간 인공지능이 동영상 내용까지도 확인하여 더 정확한 결과를 보여 줄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춤 동작을 찍어서 업로드하면, 같은 동작이 포함된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 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고 정교하게 동영상을 인식하게 되면, 사람들이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생성, 저장, 검색, 습득하는 빈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의 문명사에 있어 중대한 변화의 언저리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잘 대응하고 또 대비하고 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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