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 론] "냉철하고 단호하게 일본에 대처하자"

대통령에서부터 어린 소녀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부터 카자흐스탄, 시드니, 토론토, LA에 이르기까지. 8월 한 달 내내 국내외 한민족 모두의 가슴 속을 뜨겁게 달군 것은 일본에 대한 미움, 아베에 대한 규탄이었다. '독립운동은 못했습니다. 불매운동은 하겠습니다' 이 구호가 가장 집약된 한국인의 마음이었고 그 마음은 곧 제2의 독립운동으로도 비쳐졌다.

바로 얼마 전 우리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을 가지면서 다가올 100년을 내다보는 부푼 꿈을 꾸고 있었는데 다시 또 독립운동이라니….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고 식민지배를 벗어나는 일이 우리 현대 민족운동의 주된 과제였으나 아직도 독립운동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74년 전 우리의 광복이 참된 광복이 아니었음을 뜻한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이래 한일 불평등 체제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그랬고 1965년 한일 기본조약에서도, 2015년 위안부 합의마저도 애초의 불평등을 깨뜨리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다가 이 지경이 되다니….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년이 되는 해에 다시 일본과의 불평등 체제의 종식에 나선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아는 일에 너무 무심했다. 저들이 섬나라 왜국이라고 깔보기나 하고 미국에 아첨해 전후 다시 경제 대국으로 일어선 것을 비웃기나 했지 저들의 흉계, 저들의 저력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 척 했던 게 사실이다. 일이 불거지자 여기저기서 흥분하고 규탄하는 목소리는 크게 들려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차분하게 들여다보려는 흔적은 보이지가 않았다.



과거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거금의 독립자금을 모아 독립운동을 지원했으며 지금은 해외 최대의 이민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남가주 한인사회가 그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고 생각했다. 해외민주통일연대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한자리에서 들어보되 가능한 한 명망있는 지성인 내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다양하고 종합적인 진단을 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역사 사회학적인 면을 진단해 줄 대학 교수, 한국과 일본에서 공부한 문화예술인, 정치 안보에 능통한 언론인, 경제 무역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경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지성인 네 분을 한자리에 모실 수 있게 되어 한인 사회 최초의 대 토론회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를 마련 할 수가 있었다.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를 풀어나가는 첫 번째 관문에서 청중들은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에서부터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일본은 뻔뻔하고 무서운 나라다. 일본은 계륵 같은 존재다. 일본은 열등감과 우월감이 뒤범벅이 된 나라다. 일본은 영원히 가깝고도 먼 나라다. 그래서 우선 일본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데 원한과 분노는 큰 에너지를 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지성인들이 제시한 해법은 차분하나 단호했다. 아베 정부가 주도한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과 평화헌법 폐기 시도 등으로 동아시아 평화는 크게 위협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일본은 한국인들에 가한 고통과 비극에 대하여 형식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과하고 하루 속히 상생의 정신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에 대해서는 '누구로부터도 무시 받지 않을 자강능력을 키워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번영의 주역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라'고 주문했다.

한인사회는 이제 목소리 크거나 욕심 많은 갈등의 주역들만 모여 사는 곳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차분한 지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다인종과의 평화로운 공존 속에서 갈등의 치유를 체험하고 조국의 위기 극복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었으면 한다.


김용현 / 언론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