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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

조현용 / 경희대 교수
조현용 / 경희대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8/19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8/18 12:28

옛날 소설을 읽으면 하나같이 주제가 권선징악입니다. 늘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물론 악한 사람이 벌을 받고 착해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쁜 놈도 그냥 버려두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개과천선(改過遷善)하게 만들어야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됩니다. 가두어 놓는 감옥(監獄)이 아니라 바로잡는 교도소(矯導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세상의 진리입니다만 실제로는 권선징악 때문에 괴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일 텐데 실제 세상은 반대의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착한 일을 해도 복을 받지 못하면 '선'을 권하기 어렵습니다.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래도 징악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천벌을 받으라고 비는 것도 징악을 희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끝내 행복하게 일생을 마치는 악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어서까지 징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천국과 지옥을 희망하겠죠. 이승의 불공평을 저승에서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겠죠.

종교에서도 권선징악은 늘 고민이었을 겁니다. 착하게 살았는데도 불행한 일을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전생의 죄라든가 원죄라든가 하는 것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 낸 것이 앞에서 말한 천국과 지옥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전생이나 내세가 진짜로 있을 수도 있겠지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내세가 없다면 악인에게 이득일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세상을 악인에게 유리하게 만들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이 있는 겁니다. 갑자기 내세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착한 일을 하고, 하늘의 진리를 따르는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할 때 참 괴롭습니다. 스스로도 괴롭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괴롭습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이, 늘 다른 이의 아픔을 함께하고 위로하던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하면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표현이 한숨과 함께 터져 나옵니다. 착한 사람에게 오히려 이런 괴로운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독교 구약 성경에 나오는 욥의 이야기도 이런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잘 섬기는 욥이 재산을 잃고 건강을 잃고 자식을 잃는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저는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나쁜 사람에게만 불행이 닥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더 낮게 겸손을 배우게 된다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불행해 보이는 수많은 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착하게 사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아프지만 이겨내야 하는 일입니다. 내가 벌 받아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원망도 하지만 세상이 그런 거라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면 참 아픕니다.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큰 슬픔을 당한 분을 위로할 길이 없어서 이 글을 씁니다. 그래도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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