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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해피 클리너스'

김종훈 / 편집국장
김종훈 / 편집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8/1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8/18 12:31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대학을 마친 큰 딸이 딴 일을 하고 있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지난 몇 해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헤어질 때 마다 이별 카드 적어서 주고, 껴안고 울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 나눌 수 있는 내 마음이 바닥났어요. 다른 일 좀 하면서 다시 채우고 아이들 만나려고요."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럴 듯도 했다. 늘 엄마 같다고 생각한 큰 딸이라 더 그랬다. 그리고 내 마음도 바닥난 것 아닌지 멍해졌다. 그런데 마침 엊그저께 플러싱타운홀에서 영화 '해피 클리너스'를 봤다. 나도 서른 해 가까이 살아온 플러싱 낯 익은 길과 쉼터 그리고 일터. 어눌한 영어를 하며 힘든 삶을 이어 가는 어머니와 아버지. 이들에게 서투른 우리말로 때로는 대들지만 도우려고 애쓰는 아들과 딸. '후러싱' 교회와 머레이힐 기차역, "돈이 없어서 이런 동네 공원에서 데이트한다"는 영화 안 말처럼 너도나도 '데이트'를 했던 그곳들. 쥐어 짜지 않아도 저절로 웃고, 눈물이 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빼곡히 차 올랐다.

플러싱에서 자란 두 젊은이, 줄리안 김과 피터 이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다. 독립영화란 많은 돈 못 들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영화를 멋있게 부르는 말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하지만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가득 찬 타운홀에서 이들은 천둥 같은 손뼉 소리를 들었다. 가슴이 벅찼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느끼게 해줬다.

나에겐 더욱 그랬다. 뉴욕중앙일보는 '커뮤니티 신문'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신문이란 돈 많이 못 들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신문을 멋있게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싸우고 지켜내야 할 것들, 꼭 알아야 할 것들, 그리고 이웃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값지다. 고달프게 독립영화를 만들 듯, 커뮤니티 신문을 만드는 일도 만만하지 않다. 힘이 들어서 때로는 마음이 바닥난다. 하지만 '해피 클리너스'를 본 사람들처럼 커뮤니티 신문에도 글을 읽는 사람들이 힘을 보탠다. 이민법 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더 알고 싶어서, 도움을 받으려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답답한 일을 겪었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아무개가 신문에 나왔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려야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하는지 묻는다. 좋은 글과 사진에 고맙다고 손뼉도 쳐준다. 그래서 가끔씩 바닥나는 가슴을 다시 채워준다.

'해피 클리너스'에 쏟아진 손뼉 소리가 마치 우리 커뮤니티에 더 많이 힘써달라는 북돋움 같았다. 커뮤니티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여겨진다. 그래서 많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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