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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노동법 중재와 한일 갈등의 공통점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0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19/08/19 20:01

"그 녀석 진짜 나쁜 놈이에요."

믿었던 직원에게 소송을 당한 한인 고용주의 하소연이다. 고용주 전문 방어 변호사로서 그때마다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살인자도 노동법 소송할 수 있습니다. 인간성과 법적인 소송은 무관합니다."

한국 정서상 법과 도덕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에세이집(백 년을 살아보니)에서 "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을 뒷받침하는 흑백논리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법과 도덕의 개념을 혼동하게 된 근원을 조선의 주자 성리학이라고 본다. 이들은 모든 문제를 잘잘못을 따지는 도덕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쉽게 말해 도덕으로 법률을 대신하겠다는 셈이었다.

그러나 법은 다르다. 특히 소송에서는 법을 통해 회색의 중간 지점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타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은 정의와 동의어가 아니다. 이때문에 도덕적인 면을 중시하는 한인 고용주들은 이러한 법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종종 고객에게 "합의로 소송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반응은 이렇다. "변호사님은 제 케이스를 이길 자신이 없으신가요?" "나쁜 짓을 저지르고 평소에 일도 열심히 안 한 놈과 내가 왜 합의를 해야 하죠?"

그러나 변호사의 의무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감정적으로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논리로 고객의 경제적 손해를 최대한으로 줄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주에서는 노동법 고용법 관련 민사소송이 대부분 합의로 끝난다. 합의는 원고와 피고 변호사들끼리 직접 협상하거나, 법원이 명령한 중재를 통해 이뤄진다. 중재는 보통 3가지로 이뤄지는데 ▶중재 변호사를 통한 중재 ▶중재 전문 판사를 통한 중재 ▶극히 드물지만 담당 판사를 통한 중재다. 중재가 이루어지려면 원고와 피고 모두 동의해야 가능하다.

보통 중재를 하게 되면 고객들은 불안해한다. "중재 변호사가 우리 편인가요?" "중재를 하겠다고 하면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나 중재 변호사는 원고와 피고 양측이 모두 찬성하는 사람을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 편이 따로 없다. 또한 대부분의 합의문에는 피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명시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합의문에 반드시 들어가는 조항은 원고(직원측)가 지금까지 몰랐던 이슈를 포함해서 거의 모두에 대해 피고(고용주)가 원고에게 포괄적으로 배상한다는 문구다. 원고는 미래가 불확실한 재판 대신 합의를 통해 배상을 받게 되고, 반면 피고는 몰랐던 다른 이슈도 해결하고 재판에서 패소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합의 결과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 경력이 오래된 한 변호사가 내게 말했다. "가장 성공적인 합의는 양측 모두 불만족스러운 합의예요."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가 일본이든 어디든 일단 국가 사이에 맺은 합의는 지켜야 하고 그에 대한 대응은 감정적이 아니라 논리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거북선이나 죽창으로 싸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반도체 소재 재고가 줄어드는 21세기다. 감정 이전에 냉철한 논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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