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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Chicago’s Very Own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TV를 켠다. 사람마다 제각각 루틴이 있겠지만 아침에 TV 뉴스를 보고 집으로 배달된 신문을 보는 것이 일상이다. TV를 켜고 나면 뉴스로 채널이 돌아가는데 개인적으로 채널 9의 WGN 모닝쇼를 본다. 이 프로그램은 좀 특이하다.

밤새 일어난 사건사고나 출근길 교통상황, 날씨 등의 뉴스를 다루기도 하지만 모닝쇼라는 이름에 맞게 가벼운 주제의 교양 관련 소식도 전한다. 뉴스와 쇼를 합친 것과 같은 형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모닝쇼에 유명 인사가 등장하면 진행자와 개그 프로그램을 찍기도 하고 때때로 진행자들이 웃긴 장면을 연출하거나 게임을 하는 등 정말 말 그대로 ‘쇼’를 하기도 한다.

처음 모닝쇼를 처음 봤을 때에는 과히 문화 충격이었다. 모름지기 뉴스라고 하면 진행자들이 근엄하게 소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정장에 단정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이 뉴스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말이다. 설령 아무리 모닝쇼라고는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맞먹는 진행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WGN TV 모닝쇼가 9월달로 25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그간 방송됐던 하이라이트가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런 포맷의 뉴스가 꽤 오래됐다는 사실이었다. 잠깐 해보고 마는 형식이 아니라 적어도 25년 이상 진행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층이 두텁다는 반증일 터다.

WGN 방송국의 주요 프로그램인 이 뉴스쇼가 끝나면 제일 마지막에 회사 로고가 들어간 엔딩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당연히 트리뷴 브로드캐스팅이었다. 그러던 것이 19일 시청했던 WGN 뉴스 말미에는 넥스타로 바뀌어져 있었다. WGN TV를 소유하고 있는 트리뷴 브로드캐스팅의 넥스타 매각이 실제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WGN을 수식하는 문구인 Chicago’s very own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트리뷴사는 1847년 발행되기 시작한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 시절부터 시카고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Chicago Shall Rise Again’ 이라는 사설은 시카고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획을 긋는 일이었다. 이후 방송국도 설립하고 뉴욕 데일리와 LA 타임스 등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의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 문화 현상에 따라 트리뷴사는 개인에게 회사가 팔리고 각 부문별로 분사가 되면서 조각으로 나뉘게 된다. 이어서 방송국은 거대 미디어 자본에 흡수되기에 이른다. 시카고의 로컬 방송국이 거대 방송 네트워크에 편입된다는 것은 여러 모로 시카고 청취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카고 컵스 팬들로서는 그간 중계를 독점하던 WGN 대신 컵스 구단이 설립한 자체 네트워크에서 중계를 하게 되면서 아쉬움은 더해진다. 컵스 경기는 곧 WGN 방송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세대의 사람으로 내년부터는 다른 채널을 통해 컵스 경기를 봐야 하는 시기가 오고 그 방송국은 매각됐다는 사실이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물론 시카고가 소유했던 방송국이 매각됐다고 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큰 네트워크 속에 위치하면서 폭넓은 커버리지의 혜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에 따라 살아남기 위한 한 방편으로 WGN의 매각을 바라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 인상과 지속적인 중서부의 인구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시카고 주민들의 심리적인 위축이 큰데 여기에 덧붙여 WGN 방송국의 매각 소식은 아무래도 부정적이다. Chicago’s very own 방송국이 사라지면서 드는 단상이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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