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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질병의 진화

얼마 전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얼굴과 몸짓에서 피곤을 읽은 남편이 "힘들지? 이제 나이는 못 속이겠지?" 한다. "그게 아니거든, 갈수록 환자들이 지독하게 아프거든." 총알처럼 되받아 치며 이층으로 올라간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데 정말 내가 나이 들어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 지 되새겨 본다.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 40~50대 보다 지금이 훨씬 건강하다.

그렇다. 질병도 진화한다. 요즘에는 참으로 희귀한 질병도 많다. 상상을 초월한다. 그 동안 인류 최대의 적은 암이었다. 요즘에는 생각지도 못 한 자가 면역결핍에서 오는 질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생활이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병균도 진화하고 질병도 진화하게 됨으로써 면역체제가 혼란을 겪는다. 질병이 가속으로 진행되면 거기에 맞추어 곧바로 약물치료가 따른다. 해독작용을 맡고 있는 신장과 간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멈추게 된다. 소변이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몸은 부푼다. 피부가 늘어나 터진다. 터진 피부와 바늘구멍으로 소변 대신 액체가 다 빠져 나온다.

해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는다. 그런데 독감 바이러스는 해마다 진화한다. 연구가들은 새로운 변종에 대비해 백신을 만들기에 헉헉댄다. 10~20년 전만 해도 병명은 지금보다 단순했고 치료법에도 알고리즘이 있었다. 장기가 하나 둘씩 망가지고 근육이 말라가고, 마비되고, 굳어가고, 살이 썩어 들어가는 희귀병이 이제 더 이상 희귀하지 않게 되었다.



농경시대, 산업화 시대를 넘어 정보화 시대에 들어오면서 문명의 이기와 넘쳐나는 정보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이에 맞춰 질병을 일으키는 균들도 살아남기 위해 소통하고 변종하고 진화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인간의 지식 또한 진화해서 최첨단 의학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한다. 당연히 100세 시대를 찬양하고 있지만 삶의 질이 문제다.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변화할 줄 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뿐이 아니라 정신세계의 유연성이 더욱 중요하다. 질병의 진화 막을 수 있을까. 육신의 노화 피할 수 있을까.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라. 노화방지(Anti-aging) 어디까지 가능할까. 신경 쓰는 만큼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차라리 이 스트레스 방향을 살짝 틀어주면 어떨까. 처음에는 별 차이를 모르겠지만 길게 보면 자신이 크게 변화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스스로 스트레스 안 받고 즐길 일을 찾아 많이 소통하고 웃고 나누고 사랑하며 살자.

누군가 잔주름이 많은 나에게 보톡스를 권했다. 고맙지만 사양했다. 나의 주름은 나의 연륜이요 내 삶의 흔적이다. 내가 힘겹게 얻은 훈장이다. 영어 표현에 'go with flow'라는 문구가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르라는 뜻이리라. 노화현상이야 말로 자연의 이치요 순리다. 자연의 이치에 거스른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어느 외국인 기자가 '한국인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천박할 정도로 신체적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토론할 줄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주제다. 인간수명이 길어지면 당연히 노년기가 길어진다. 정보사회 이전에는 노인들은 경험과 연륜으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모든 지식을 구글에서 얻는다. 하지만 지혜는 얻을 수가 없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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