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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외국어는 언제 배우는 게 좋은가?

외국어를 배운다고 하면 주로 어린 학생이거나 젊은이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어릴 때 배워야 머릿속에 잘 들어간다고 이야기도 합니다. 언어학자 중에는 언어습득에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시기는 12세 정도까지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언어습득 장치가 사라진다는 말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외국어공부를 시키는 이유를 정당화해 주는 학설이지요. 갑자기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나이가 들면 언어를 잘 못 배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학설입니다. 나이 든 이에게 위안이 될까요?

제가 안식년을 받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할 때, 늦은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격려해 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배우는 게 힘들 거라고 미리 걱정해 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맞습니다. 속도가 좀 더딥니다. 제 머릿속 언어습득 장치가 거의 사라져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말입니다. 단어를 외우는 건 반복의 횟수를 늘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워질 때까지 외워야 하는 겁니다.

외국어를 배우기 힘든 이유로 머리가 둔해져서가 아니라 생각이 많아서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적었던 어린 시절과 입시나 취직에 집중해야 하는 젊은 시절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는 다른 데 신경을 쓸 일이 적습니다. 누워서 젖만 먹던 시기에 잡념이 많기는 어렵겠지요. 어떻게 살 것인지,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할 일도 없을 겁니다. 슬픈 감정도 아무래도 적겠지요. 오로지 언어에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언어를 알아야 질문도 하고 어울리기도 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즐거운 시기입니다. 언어습득 장치 때문일까요?

입시나 취직을 위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은 또 다른 자극입니다.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절실함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잠을 안 자고 집중해서 공부를 합니다. 단어를 외우기 위해 수많은 방법이 동원이 됩니다. 어쩌면 이미 사라진 습득 장치를 가동하기 위한 고육책이겠네요. 그래서 언어공부가 괴로움이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당장 쓸모도 없어 보이는 언어를 시험 때문에 외우고 또 외웁니다. 좋은 대학 가려면,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면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잔말 말고 공부하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외국어 공부는 참 어렵습니다. 가만히 공부하려고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과 걱정은 도무지 언어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무서울 정도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경제적인 문제, 가족의 문제, 건강의 문제, 사람과의 인연의 문제 등 괴로운 일도 많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언어를 빨리 배우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아예 그런 기대나 걱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느린 게 당연하고, 자꾸 틀리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나이가 많은데도 외국어를 너무 잘 배운다면 머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아기처럼 단순하거나 지나친 절실함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에는 다른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목적이 덜 뚜렷한 탓에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는 기쁨이 따릅니다. 살면서 공부가 하고 싶어진 특이한 경험이죠. 말을 하다가 틀려도 자꾸 웃음이 날 뿐입니다. 새로운 외국 문화를 만나는 일도 반갑습니다. 어학연수를 간다면 젊은 사람과 같이 공부하기에 활력도 느끼게 됩니다. 외국어 공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외국어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제게는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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