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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따로 그리고 같이

정들었던 친구가 먼 길을 떠나갔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외로운 길 위에서 만난 친구는 무엇보다도 큰 위로였고 기쁨이었다. 함께 걷고 있는 동안 도란 도란 이야길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친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신기했고 내가 가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발걸음 나란히 걷는 동안은 먼 길을 걷는 피로조차 잊을 수가 있었다. 길가에 핀 한 송이 꽃조차 고와 보였고 한줄기 바람조차 더 시원했다. 내가 힘들 땐 친구가 손을 내밀어 주었으며 친구가 지쳤을 땐 내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서 함께 하는 동안은 모든 것이 즐거웠고 어떤 일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걷던 길은 이제 갈라져 나 있다. 나는 여기로, 너는 저기로 가야 할 터인데 저기가 어디일지, 여기가 어디를 향하는 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게 되는 것일까? 한 번 갈라져 난 길이 다시 합쳐지기란 힘들 것이다. 길이란 갈라지고 또 갈라져 난 미로와 같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길이란 늘 새로운 길이다. 길이란 앞으로 걸으라고 난 것이지 그 위에서 머물라고 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조차도 알지 못 하는 미지의 곳을 향해 걸어 왔고 이제 따로 따로 난 미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이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게 될 것이지는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이 길이 어떤 길이 될 것인지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헤어짐이 나쁜 일이기만 했던 일이었는지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더욱 새로워진 기쁨과 기대로, 더 커진 우정으로 다시 만날 일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길을 따로 그리고 같이 걷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다. 그러니 그 길이 갈라져 나 있을 때에도 헤어짐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 보듬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추억이 내 맘 속에 있는 동안에는 헤어졌어도 아주 헤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에 네가 있고, 네 마음 속에 내가 있는 동안에는 아직도 함께 걷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었다고 믿는다면 따로 그리고 같이 걷는 이 길 위에서 한 떨기 꽃송이 같은 인연을 영원히 간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다시 만날 날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빨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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