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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와눈헤꿈!"합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거나 없거나 세상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엄연히 그 자유는 법으로 보장받아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을 억압하거나 핍박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여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자 그 당시 동아일보는 일장기를 하얗게 지운 채 보도를 하였지요. 그 보복으로 신문사가 일제에 의하여 폐간 당하였고, 표현의 자유가 무참히 짓밟힌 우리 역사의 아픈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가톨릭에서 미사를 시작할 때 우리는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음을 고백합니다. 실수나 우발적으로 행한 범죄는 미리 치밀히 계획하고 벌인 범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벼운 형량을 받지요.

누구를 해치려고 일부러 행한 모든 행위는 악합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팔매에 개구리도 새도 죽어나갑니다. 장난으로 행해지는 지금 세대의 돌 던짐은 '악플'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반쯤 숙이고 손 안에 들어있는 기기만 바라봅니다. 364일을 안 생일날(생일이 아닌)로 축하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란 동화를 연상시킵니다. 말로 하는 대화는 점점 사라져가고, 내가 쓴 글과 그것에 반응하는 다른 이의 선플과 악플이 존재할 뿐입니다. 한국어도 아닌 영어도 아닌 정체불명의 새로운 단어, 악한 'reply(대답)'을 줄여서 '악플'이라 부릅니다. 일부러 상처를 입히고 싶어서 최악의 욕지거리나 상스러운 비방으로 글을 올린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지요. 표현은 생각과 느낌을 글로써 혹은 몸짓으로 나타내는 행위입니다.

생각과 느낌이 사악하고 의도적으로 남을 해할 목적을 가진다면 그 표현이 보장되어야 할 이유는 마땅히 없어야 합니다. 부모나 자식을 욕하기도 하는 악의에 가득 찬 혐오의 글은 생각에서 조차 담기가 힘듭니다. 그런 글에 예민한 사람들은 견디어 낼 방도가 없습니다. 더 이상 받아내기가 힘들면 안타깝게도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생깁니다. 고소를 해서 법에 호소도 해 봅니다. 하지만 단속에 걸려도 가벼운 형량으로 그치니 악플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 악랄한 행위를 멈추지 못 합니다. 자신의 손끝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만족을 느끼는 연쇄 살인자의 마음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한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깊은 지혜를 간직했습니다. 모든 자연을 형제자매로 아끼고 살아온 그들에게서 종종 신의 숭고한 섭리를 느낍니다. 어느 한 종족은 모든 일과 끝에 "와눈헤꿈" 이란 말을 하였다 합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 대신 하는 말.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도 단연코 일부러 당신을 해치려거나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는 뜻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않고 존중해 준다는 말입니다. 글로써 상처를 주고 인격 모독하는 치졸한 일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고 표현의 방종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자식들이니 여성폄하를 그치십시오. 악플에 견디지 못하고 끝내 스러진 고귀한 한 영혼을 추모하며 부탁 드립니다. 이제 제발 우리 모두 "와눈헤꿈!" 합시다. "당당하였던 당신,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와눈헤꿈!!!"


고성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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