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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고독과 절망과 이기는 힘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암환자들에게는 신경을 더 쓰게 된다. 그들이 지고 다니는 보이지 않는 짐보따리는 많은 상처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두 가지 숙제를 우선 풀어야한다. 암에 걸린 현실에 대처해야 하고, 무의식 안에 숨어 있는 풀지 못한 응어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환자들을 만나면 나는 그들을 소셜워커나 정신과의사에게 의뢰하곤 한다.

별일 아닌데 모든 일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네거티브한 기운을 주위에 뿜어주위사람들에게 자신의 음기를 전염시키기 때문에 곁에 있으면 불행한 마음이 저절로 들 수 있다.

나의 환자 중에 미세스 헨리가 있다. 어느 날 테크니션들이 하소연해 왔다. 미세스 헨리가 다녀가고 나면 하루 종일 우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없다고 했다. 미세스 헨리는 진단을 받은 지 이미 몇 달이 지나 암치료 과정에 익숙해지고 정신적 회복기에 들어섰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품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은 크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공동체는 우리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그러므로 가족들, 고용인, 직장 동료들을 뜻 바랜 미사여구로 대하는 대신 진실하고 희망적인 기운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주위의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붕괴 위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버드 대학 오렌 마이론 통계학 교수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6월호에 청소년(15~24세) 자살자 6241명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자살률이 2007년에서 2017년 사이에 13% 증가했다. 남자가 월등히 많았고 다양한 그룹의 아이들이었다.

그는 뚜렷한 자살 원인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우울하고 무관심한 부모, 아이들에게 과도한 비판을 가해 괴롭히는 부모, 그리고 아이들을 대화없이 고립시키는 환경 등을 지적했다.

요즘 소셜미디어는 우리를 먼 세상까지 연결시키지만 반대로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멀게 하고,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킨다. 군중 속의 외로운 존재, 이름 없는 한 사람이라는 허무감과 실망이 그들을 삼키고 과격한 종말을 선택하게 한다.

자살률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한국의 사태를 본다. 미국에서도 인종별 자살률을 보면 한국인들이 제일 높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피에 흐르고 있는 민족적 영향인지 잘 모르겠다.

우울과 고립이라는 세계와 자살을 단행하는 지점 사이의 징검다리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답은 많겠지만 하나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주위의 환경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힘든 사태를 대응하는 능력이나 일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잠재해 있다. 흔히 'It is up to you!'라고 표현하듯이 암울한 환경에서 탈출하는 것도, 소망을 갖고 자신을 신뢰하는 것도 '내 몫'이 아니겠는가. 희망공장의 공장장이 되어 희망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모니카 류 / 암방사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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