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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택] 1인 방송 춘추전국시대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잦아들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도 그렇고, 우리가 사랑하여 마지않는 조국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요란하기 짝이 없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몸소 트윗을 날리며 소란의 근원으로 앞장서고 있고, 한국은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오른쪽 왼쪽으로 갈라져 길거리에 모여 서로 고함 치고 삿대질하며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다.

저마다 정의, 공정, 공평, 진리를 목 놓아 외치며 싸워대는데, 막상 자세히 따져보면 본질은 아주 간단하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년에 선거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그렇지!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이 조용한 때가 한 시도 없었지만 최근 들어 한층 표독스럽게 난리법석이 벌어지는 데는 독버섯 같은 가짜 뉴스와 그걸 분별없이 퍼나르는 1인 방송의 공헌(?)이 지대한 것 같다.

사이버 세상의 1인 방송 춘추전국시대가 활짝 열렸다. 숨죽이고 납작 엎드려 있던 천하의 고수들이 일제히 박차고 튀어나와 큰 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똑똑하고 사통팔달 박학다식하고 논리정연하고 불편부당하고 판단력 정확한 고수가 많은 줄을 미처 몰랐노라고 온 세상이 놀라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고수가 넘쳐나니 일단 대한민국이 망할 염려는 절대로 없겠다고 모두들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데 문제는, 엄청난 내공을 뽐내는 중원의 고수들이 저마다 기기묘묘한 묘수를 내보이며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겠다고 떠들어대는데, 과연 어느 것이 옳은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고수들은 시끌벅적 와글와글 중구난방 갑론을박 설왕설래 피터지게 날뛰는데, 믿을만한 심판관이 없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술자리 안줏거리도 못될 티격태격이 언론이라는 문패를 달고 우쭐거린다. 자고로 빈 깡통이 요란한 법이라지만, 속이 텅 비었는지 꽉 찼는지, 찼으면 무엇으로 찼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애매모호하고 보수인지 진보인지 아리송한데, 시끄럽기는 더럽게 시끄럽다. 소리 높여 자유만 외칠 뿐 책임을 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것 같다.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을 재탕 삼탕 맹탕이 될 때까지 우려먹으면서, 뭐가 잘못돼도 사과는커녕 아니면 말고 배째라 작전으로 일관한다. 먹이 비슷한 것이 보이기만 하면, 순식간에 떼로 달려들어 물어뜯기 바쁘다. 좌우 편가르기에 능숙한 걸 보면 애당초 정의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걸핏하면 국민을 들먹인다.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다.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이럴 때는 바깥 사람의 의견이 숨구멍을 터준다. '총 균 쇠'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통찰을 들으니 속이 시원해진다.

"한국에서도 정치의 양극화가 문제라는 것이 흥미롭다. 전 세계적 현상인 것 같다. 이를 헤쳐나가려면 온 국민이 긍지로 여길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세종대왕이 창안한 한글만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를 가진 민족이 없다는 것, 오랜 식민과 6·25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민족의 저력 등이 답이 될 것이다."

맞는 말씀이다. 아, 대한민국 만세! 세종대왕님 만만세!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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