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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한국인의 정서: 정(情)

“그래도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하기도 듣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참 당연하게 간주하는 이 표현이 사회, 문화적 배경이 판이한 미국에서는 다소 낯설게 들린다. 간혹, “왜 그래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한국인이 이와 관련하여 심리적인 갈등을 느꼈거나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정(情) 때문에 어떤 썩 내키지 않았던 일을 해야 했던 순간들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필자는 지난달에 실었던 한(恨)에 이어, 본 칼럼을 통해 이 독특한 한국적인 정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간이 느끼는 정서는 종류에 상관없이 그 본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인지적 (cognitive)이거나 행동적(behavioral)인 결과물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지와 정서 및 인간 행동의 복합적인 메커니즘은 심리학자가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이다. 이 연구를 통해, 인간이 경험하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감정이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미시간 대학의 Schwarz 교수는 정서와 인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개인의 의사 결정 과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증명한 바 있다. 이렇듯, 인간 행동에 있어서 정서의 역할은 중요한데, 한국인에게 독특한 정(情)의 정서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정(情)의 한국적인 독특성은―한(恨)과 마찬가지로―이를 영어로 정의하고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가장 가깝게 표현한다면, ‘Deep affection and emotional attachment’ 정도가 될 것이다. ‘친밀감, 애정, 정서적인 유대감’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함축적이다. 또한, 정(情)은 우호적이고 따뜻한 애정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반대편에 있는 적개심 혹은 증오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애증 관계 (love-hate relationship)의 밑바탕에도 정(情)은 깔렸다.

정(情)의 역할은 긍정적,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포함한다. 정(情)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며, 때로는 관대함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요소도 적지 않다. 정(情)에 이끌려서, 판단력을 잃거나, 의사 결정 과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에 느끼는 친밀함 혹은 깊은 애정이 개인의 판단력 및 의사 결정, 그리고 책임을 수반하는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2세 혹은 3세들에게, 정(情)의 개념은 생소하며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미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서도,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의 가치―적어도 교육이 추구하는―는 정(情)과 상반된다고도 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자라는 다음 세대들에게 이 정(情)의 정서를 가르치는 것은 과연 필요할까?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한국인의 정서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정(情)의 정서가 이성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의사 결정 과정을 저해하지 않으며 균형 있는 사고의 발달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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