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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 78번째 네이버후드

시카고에는 네이버후드라는 것이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동과 같은 것일 텐데 처음 네이버후드, 혹은 커뮤니티 이름을 접할 때는 적응이 참 안됐다. 우선 정확한 구획이 눈에 띄지 않아 경계가 불확실했고 이름 외우기도 쉽지 않았다. 시카고 예전 한인 타운인 알바니팍이 그랬고 다운타운에 시카고 강 북쪽의 매그니피션트 마일 인근 스트리터빌이 대표적이었다. 시카고대학이 위치한 하이드팍,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집이 있는 켄우드, 미시간호수를 마주 보고 있는 골드코스트, 리글리필드 야구장과 가까운 레익뷰, 시 북쪽 경계에 있는 에지브룩,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고 있는 사가나쉬 등이 익숙한 네이버후드 이름이다.

참고로 스트리터빌은 조지 스트리터라는 선장 이름에서 연유된 이름인데 이 선장은 자신의 배가 현재 존 행콕 빌딩 인근 호변에 좌초됐다며 이 지역을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 시 정부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다. 이렇게 네이버후드 이름을 알아보면 시 역사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스트리터빌과 같은 시카고의 지역 이름이 모두 77개다.

그런데 얼마 후면 시카고의 네이버후드가 하나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름하여 78 프로젝트(The 78)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78번째 네이버후드가 될 곳은 새롭게 시 경계가 확장되거나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곳에 새로운 이름이 붙게 되는 형식이다. 지역적으로는 다운타운의 시카고강 남쪽 지류가 흐르는 곳을 중심으로 남쪽 끝으로는 차이나타운, 북쪽 끝으로는 윌리스타워와 구 시카고 중앙 우체국, 루즈벨트길까지다.

지금 이 곳을 가보면 강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기찻길, 동쪽으로는 허허벌판이다. 다운타운 남쪽 끝인데 어떻게 이런 곳이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시카고 역사에서 이 지역이 언급될 때는 1871년 시카고 대화재가 시작된 곳, 도개교인 16가 인근의 세인트 찰스 에어 라인 브릿지가 들어올린 채로 서 있는 모습 정도다. 이 지역 강을 중심으로 매해 여름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드래곤 보트 대회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아마존의 제2본사 후보지역으로도 거론됐었다.



이 지역을 대상으로 재개발이 시작되는데 금액상으로 시카고 역사상 최대라고 한다. 62에이커 면적에 투자액만 70억달러에 달하는 재개발 계획이다. 이중 5억달러는 주정부가 제공하고 3억달러 가량은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UIC)에서 이 지역에 짓게 될 연구소를 위해 개인 기부금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 계획 중에서 가장 먼저 UIC의 리서치 연구소가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50만 평방피트 규모의 이 연구소를 통해 4만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향후 10년간 창출될 예정이다.

UIC 뿐만 아니라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시카고대학, 노스웨스턴대학, 일리노이공과대학 등과도 파트너를 맺어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150만 평방피트 규모의 사무실에서 일할 주민들을 위해서 70만 평방피트 규모의 주거공간과 10만평방피트의 소매업소, 강을 따라 들어설 8에이커 크기의 공원도 마련된다. 시는 이를 위해서 15가에 새로운 교량을 건설하고 레드라인역을 신설하며 네이버피어 근처에서 시작된 리버워크를 차이나타운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다운타운 불모지로 남겨졌었던 78번째 네이버후드가 새롭게 면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웨스트룹과 브릿지포트 등 현재 개발이 활발한 지역과 더불어 시카고 다운타운 지역에 밀레니얼 세대가 더 많이 유입돼 다운타운 판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일리노이가 전반적으로 인구 감소로 경제에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시카고 다운타운 지역으로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 신설과 주거환경 개선, 치안의 안정화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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