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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의자 인심(醫者 仁心)

김도수 / 자유기고가
김도수 / 자유기고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2/15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20/02/14 17:36

“나는 이번의 경험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들을 통해 배운 대로 남은 나의 생애를 타인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 것입니다. 나에게 베푼 모든 것을 당신과 당신들 정부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모두는 내게 영웅이고 이 경험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우환(憂患)의 시간이 끝나는 날 그때 당신들 모두를 우리 고향 땅에모시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항상 나의 최고의 친구이자 영웅적 손님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지난 1월 19일 우한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다 코로나19 의심증세로 격리되어 인천 모 병원에서 18일간 치료받은 뒤 2월 6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36세 중국인 여성이 의료진에게 건넨 손편지의 말미다.

‘The healer has benevolence(醫者 仁心·의자 인심) to me.’ 그녀의 편지에 등장하는 중심화두로 ‘고쳐주는 사람에게 어진 마음이 있다’는 중국식 표현이란다. 그녀에게 이번 경험은 아찔하고 특별했을 것이다. 아무 병증 없이 관광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녀를 공항검역관은 코로나19 환자로 정확히 진단했고 국적 불문하고 감압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이송한 뒤 격리하였다. 그리고 3일이 지나자 호흡기 이상증세와 함께 심한 발열이 열흘 이상 계속되면서 한때는 산소호흡기까지 도움받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 의자(醫者)들은 인심(仁心)을 다해 그녀의 목숨을 지켜냈다. 그리고 지난 2월 11일 3차 우한 교민 수송용 전세 비행기를 타고 꿈에도 그리던 가족·친지에게로 돌아갔다고 한다.

오늘 현재 상기의 중국 여인이 국내 첫 코로나19로 확진 받은 지 27일이다. 그 뒤 환자 수는 28명으로 불어났고 완치 환자도 7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 수치는 시간과 함께 변동을 거듭할 것이지만 확실한 것은 급한 불이 꺼졌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반면 중국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발원지 우한과 후베이 성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계속 증가 추세다. 초기 단계에 호미로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을 국가 이미지 어쩌고 하다 국가 방역 체계란 것이 무너졌고 이후 붕괴한 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홍수가 전국각지로 넘쳐나면서 이제 가래가 아니라 미사일로도 수습이 쉽지 않아 보여 안타깝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 같다. 일본 상황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승선 인원 3700명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요코하마 해안에서 ‘공포의 섬’으로 돌변한 지 몇 주다. 기막힌 사실은 대책 없이 일관하는 아베 정권이라 어이가 없다.

2주 전 한국 정부는 2차례에 걸쳐 우한으로 전세 비행기를 띄워 총 704명의 우리 교민들을 수송하여왔다. 그리고 지난 주말 3번째로 144명을 더 데려와 총 848명이 위험에서 생명으로 옮겨졌다. 특별히 마지막 비행에는 중국 국적의 몇 가족과 함께 의심환자 7명도 탑승하였는데 그들은 도착과 동시 앰뷸런스에 실려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의자의 인심을 기다리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에게 동포들의 생명이 어떻게 귀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론대로라면 3차 비행은 피해갈 수도 있었다.

건강한 국가란 해외 생명도 자국 내 생명 못지않게 귀하게 여기고 지킬 때 백성들은 그 나라의 국민 됨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사랑할 것이다. 이참에 아직도 사지에 남아 공포의 나날을 보낼 마지막 100여 명 우한 교민들도 실어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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