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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다산의 삼근계, 은근과 끈기

장소현 / 시인·극작가
장소현 / 시인·극작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2/17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20/02/16 12:40

옛 어른들의 가르침 중에는 오늘날 되살려야 마땅할 말씀들이 정말 많다. 사람답게 사는 지혜를 가르친 귀한 말씀들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근계(三勤戒)도 오늘 이 순간 되새겨야 할 소중한 가르침이다. 노력 없이 그저 빠르고 손쉬운 성공만을 바라고,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마다 않는 요즘 세태에 꼭 필요한 말씀이다.

다산의 삼근계는 근면함과 성실성,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뭉근히 기다리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이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공부하는 자에게는 세 가지 큰 병통이 있다. 첫째는 기억력이 뛰어난 것으로 이는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는 글 짓는 재주가 좋은 것으로 이는 부화(浮華)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는 이해력이 빠른 것으로 이는 거친 데 이르는 폐단을 낳는다.

대저 둔하지만 집요하게 뚫어내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질 것이고, 막혔지만 잘 소통시키는 사람은 흐름이 거세질 것이며, 미욱하지만 잘 갈고 닦는 사람은 빛이 날 것이다.

뚫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근면함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는 데 있다.”

다산 선생께서 거듭 강조하신 근면함이란 우리 겨레의 특성인 은근과 끈기와도 이어진다. 지금은 그런 흔적조차 찾을 길 없는 은근과 끈기!

은근과 끈기가 없이는 연륜도 전통도 쌓일 수 없다. 연륜이란 그저 단순히 시간이 겹쳐 쌓인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땀과 눈물이 배어 있고, 기쁨과 웃음이 스며 있다. 아픔, 서러움, 괴로움, 외로움, 답답함, 그리고 그리움, 사랑, 보람, 나눔 등이 진하게 얽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래 된 나무의 나이테가 아름답고, 가정이나 사회에 원로가 필요하고, 전통이 소중한 것이다.

다산의 글을 읽으며, 순발력과 지구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출발할 때는 순발력이 필요하고, 그 뒤에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내가 생각하기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뭔가를 꾸준히 하는 지구력인 것 같다. 티끌 모아 태산이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하다보면, 그러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가 이루어져 있는 상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가령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1만950시간이 된다. 그러니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이다.

거창한 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네 자잘한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매일 영어 단어 하나씩만 외웠더라면 지금 영어를 제법 잘 할 텐데, 매일 1달러씩만 모았다면 지금쯤 상당한 돈이 모였을 텐데, 매일 글 몇 줄씩만이라도 썼으면 장편소설 몇 권은 됐을 텐데… 그런 식의 후회들이다.

물론, 후회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면 되니까,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근면하게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테니까! ‘근면함을 유지하는 첫 걸음은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는 것’이라는 다산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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