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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체험한 신앙의 모델들 7

‘Why Not Change the World’, ‘공부해서 남 주자’ 김영길 한동대 총장

내가 김영길 한동대 총장을 처음 만난 때는 2000년 1학기가 시작하기 한 달전 1999년 12월 말 경 대학총장실에서다.
김 총장의 초청으로 가르치고 있던 펜실바니아주립대를 떠나 한동대에서 가르치기 위해 미국생활 32년 만에 조국을 찾은 것이다. 총장실에서 김 총장과 나와의 첫 대화는 나의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김 총장님이 표방한 한동대의 슬로건인 ‘Why Not Change the World’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김 총장의 대답은 이러했다. “한동대는 한국에 있는 여러 기독교 대학 가운데 하나가 아니기를 바라는 비전의 표현입니다. 미국 하바드, 프린스턴, 에일처럼 유수한 대학들이 기독교 대학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독교의 본질을 모두 잊어버린 대학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동대는 학문과 복음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대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의 정직성부터 훈련시켜야 합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감독 시험 제도입니다”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나는 교실에서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후 학생대표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기도가 끝난 후 나는 내연구실로 돌아왔으며 가장 늦게 답을 마친 학생이 전체 학생들의 시험지를 가져왔다. 미국 대학에서도 가져보지 못한 무감독 시험제도를 한동대에서 처음 체험한 것이다.
매주 화요일은 봉사와 채플 시간의 날이다. 팀학생들은 체플시간 후 팀모임을 1시간쯤 갖는다. 팀모임은 팀교수 지도 아래 팀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의 인도로 진행된다. 팀원들은 이 모임에서 성경공부, 봉사활동, 팀원들간의 협조사항등을 논의한다.
매주 화요일 저녁 6시 강당에서 진행되는 성경공부에 전교생들이 팀별로 참석한다. 팀의 구성은 전공, 학부, 성별, 학년, 국가 등이 다른 30여 명의 학생으로 구성되며 교수가 팀교수로서 팀원들의 학업뿐아니라 가정 및 신앙생활까지 지도 상담한다.
생활관(기숙사)의 배정도 팀별로 되어있다. 한동대는 봉사와 채플시간을 학점제도로 규정했으며 4학년 초까지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다. 팀학생들은 함께 지역교회, 양로원, 고아원, 농어촌 등 지역사회를 봉사한다. 팀 활동을 통해 받은 훈련과 교육은 졸업 후 사회생활 특히 직장생활에까지 이어진다.


다른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 팀제도는 김영길 총장이 개발한 학생들의 신앙훈련과 공동체정신의 훈련과정이다. 김 총장은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또 다른 슬로건을 내걸고 학생들에게 남에게 베푸는 정신을 훈련시켰다. 김 총장은 신앙은 믿음과 행동이 같이 가야한다는 기독교 원리를 한동대에 적용한 것이다.
2019년 4월 30일 아침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81세를 1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김 총장과 함께 11년간 한동대를 섬겼던 옛날들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4년전 췌장암 4기를 진단 받은 후 치료와 기도로 어느정도 차도를 보게되었으며 지난해에는 거의 완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기쁨을 갖고 있던 중 지난 5월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결국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슬픈 마음을 금치 못한다.
25년의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한동대가 한국의 400여개의 대학가운데서 상위 40권에 속하며 이름만이 아니고 명실공히 기독교 중심 인성교육의 실천 대학으로 우뚝서게 된 ‘오늘의 한동대’에는 김영길 총장의 피눈물나는 열정과 기도가 담겨있음을 나는 직접 체험했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본관 4층 교수 기도실에서 아침마다 기도를 드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던 김총장이 모습을 회상해 본다. 오늘의 한동대학이 있게된 원동력은 누가 뭐라고해도 김총장을 비롯해서 모든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학생과 학부형 등 4위일체로 서로 신뢰하며 하나님께 간구한 은혜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방학때면 김영길 총장 내외분과 함께 미주 여러 교회를 다니면서 두 분의 간증집회와 모금운동을 도우면서 가졌던 많은 추억들을 되새겨본다.

당시 대부분의 한동대 교수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국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동대에서 첫 교수생활을 하고 있었다. 60대 후반인 김영길총장은 같은 연령대인 나와 친구로 지내면서 동고동락을 겪어왔다.
어려움이 닦쳐 올 때마다 격려와 용기,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로 극복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다시 볼 것이다.


허종욱 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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