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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꿈꾼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꿈을 가진 사람은 용감하다. 주눅들지 않는다. 멈춰서지도 않고 되돌아보지도 않는다. 꿈은 늘 앞서가며 뒤쳐지지 말라고 다그친다. 힘들어도 주저앉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한다. 가진 것 없는 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 위로하며 맨주먹으로 첨탑에 오를 수 있다 한다. 꿈은 굴욕과 비참함을 견디게 하고 절망과 좌절을 용기로 일으켜 세운다. R꿈이 없었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믿지 않았다면 그 길고도 모진 역경의 시간들을 이국 땅 낯선 언어들과 싸우며 견뎌낼 수 없었으리라.

첨탑은 건물이나 교회의 탑, 꼭대기에 원뿔모양이나 피라미드형으로 건축된 뾰족한 탑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용감한 군대의 강한 인상 심어주기 위해 창날 모양의 첨탑을 건설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첨탑을 세우는 궁극적 의미는 하늘에 오르기 위한 염원일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바벨탑을 쌓는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 끝까지 닿고자 한다.

창세기에는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의 저주를 기록하고 있다. 바벨탑 건설은 혼돈 속에 막을 내렸고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해 인류를 전세계로 흩어지게 만든다.

피테르 브뢰헬 작품 ‘바벨탑(Tower of Babel, 목판에 유채,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은 생동감 넘치는 광활한 도시 속에 건설 중인 거대한 탑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좌측 하단에는 호위병들에 둘러 쌓인 오만한 군주의 발 아래 엎드려 절하는 석공들이 보인다. 탑 꼭대기에는 구름이 걸려있다. 바빌론 왕국의 님로드왕(King Nimrod)의 과도한 야망과 허영심은 꼭대기가 구름에 닿을 정도로 점점 높아졌지만 거대한 석탑은 괴물 같은 모습으로 이미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오늘날에도 권력과 욕망, 거짓과 광대놀음에 취한 오만한 자들이 쌓은 바벨탑이 속속 무너지는 현장을 민중은 씁쓸한 조소로 지켜보고 있다.

환상(Fantasy)은 그리스어 파이네인(phainein:보인다)과 라틴어 판타스마 (phantasma:환영)가 그 어원이다. 중세시대에는 상상력과 혼동되었지만 근대에 이르러 환상은 모든 예술작품의 조건이 되는 상상력과 잠재의식의 표현으로 간주된다. 잠재의식을 개입시킨 비합리적인 연상 작용을 자극하는 낱말•심상•운율의 사용•병치 등이 환상의 범주에 속한다. 환상은 실제 경험상의 사실에서 일어나는 자유로운 유희적 정신작용의 결과이다. 환상이 사라진다면 여러 가지 문예양식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나는 매일 꿈과 환상을 오가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고 화해하며 산다. 꿈이 산산 조각이 나면 환상을 붙잡고 다시 꿈나무를 심는다. 꿈이 아파하면 환상의 이불을 덮고 부서지는 꿈에 환상의 날개를 단다.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환상과 몽상 사이를 오가며 창조의 불을 붙이고 생의 경계를 허문다.’는 말처럼 생의 경계를 너머 꿈과 환상의 화살을 당긴다.

꿈꾼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존재도 없었을 것이다. 맨손으로 시작해 알파벳과 싸우며 꿈과 환상을 오가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고 반성은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비록 내가 꿈꾸는 탑이 첨탑이던 바벨탑이던 혹은 허무의 신발가게가 될지라도 꿈나무 한 그루 바벨탑 아래 심을 수 있다면 그 길 따라 오늘도 내일도 다시 꿈의 허리를 동여매리라.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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