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칸타빌라의 삶

"인간의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 휴식 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 파스칼의 명언이다. 쉬어야 할 시간에 우리는 분주하다. 쉬지 못하고 계획을 짜고 그 일에 몰두한다. 그 일이 끝나도 여전히 우리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휴식할 줄 모른다. 우리는 점점 지식과 정보 테크놀리지의 홍수 속에서 하루 온종일 기계처럼 나 자신을 혹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내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생의 순간들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몸이 아파 학교에 가지 못했다. 어머니가 따뜻이 데워놓은 아랫목에 누워 얼마나 잤을까? 창문을 통해 햇살이 길게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지난 미술수업 때 마무리하지 못한 수채화를 펼쳐놓고 얼마를 그렸는지 창밖은 어두워져 있었고, 아픔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편안히 몰려오는 즐거움이 방안 가득하였다. 나는 그 때 어린 나에게 찿아온 편안한 행복함을 지금도 기억해내곤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때였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무기력해져 가는 내가 싫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문학 창작 모임". 몇 주를 기다려 등록을 하고 3개월동안 매주 문학이란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었다. 일주일 내내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빗장으로 단단히 잠겼던 문들이 열리고, 난 내속의 작은 서랍들을 하나 둘 열고 수북히 쌓여있는 서류를 하나 둘 들추어 보고 있었다. 한편의 시를 읽으면서 사람의 생을 엿보며, 수필과 소설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아련한 풍경의 서정에 마음을 쓸어내기도 했다.

나는 자주 들길을 걷고 싶었다. 보라색 들꽃이 무리져 피어나는 봄날의 소회와, 비 내리는 들길은 내게 잔잔히 말을 걸어오곤 했다. 노랗고 붉은 깃털에 머리깃이 뾰족한 카나리아 새들의 노래며, 하늘이 내려 앉아 하얗게 변해가는 요즈음의 들녘은 포근한 고요함으로 함께 서있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었다. 톱니바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에서 조금 눈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 보고, 들길을 걷다 보면 잊고 살아왔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만나곤 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넘어지고 기어다니면서 걸음마를 습득했던가? 걷기 위해 뛰기 위해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연습하고 습득해서 마침내 이렇게 편하게 걷고 뛰고 말하게 되었던가? 나는 그렇게 노력한 적이 없었다고 반문 하겠지만 그건 고요한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면서 즐겼던 나만의 행복에 견줄만한 무의식의 자연스런 행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읽어내는 즐거움과 우수와 때론 불만과 피곤함조차도 매일의 삶을 사유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모든 감정과 표현은 똑같이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 이었음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의 불행은 단 한가지 고요한 곳에서 잃어버린 나를 만나지 못함이 아니던가.점점 멀어져 가는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급하게 또 하루를 맞고 시간에 끌려가고 있는 우리의 고질병 때문이 아니던가. 내발의 걸음과, 내 안의 평화가 칸타빌라의 삶으로 이어지기를 소원한다. 진정 우리의 삶이 일과 휴식의 조화 속에서 행복한 노래로 이어지는 인생이 되기를 소원한다. (시카고 문인회장)


신호철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