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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차세대의 리더들에게 찬사를

새 학기가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학기마다 저학년, 특히 유치원 연령의 아이들이 많이 들어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학년이 줄어서 씁쓸하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 놓으면 7~8학년을 넘기지 못하고… SAT II 한국어 모의고사, 나의 꿈 말하기대회, 영한 한영 번역대회, 글짓기 대회 등 각종 대회도 준비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학원이다 입시준비다, 학교 스케줄 따라가기도 힘들다. 아무리 “한국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를 외쳐도 한국학교는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게 되어 있고 부모님들도 그쯤 되면 자녀들에게 번번이 손을 든다.

그래도 이번 학기에는 학생을 거쳐 올라온 대견한 보조교사들이 세 명이나 생겼다. 학생 때와는 달리 뭔가 책임감도 느끼고 진지해진 것 같았다. 한국학교에서 배우면서 터득한 것들을 저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잘 적용해서 눈치껏 할 일들을 잘 찾아 하는 것 같았다.

진이의 3학년 때를 떠올린다. 작은 체구에 뭐든지 다 아는 듯 재잘거리면서도 막상 시켜보면 허당인 느낌? 약간 썩소를 날리며 센 척하려는 것이 다 보이는, 그러면서도 귀여워서 실소가 나오는 그 나이 특유의 당당함을 가지고 또래들을 리드하는 친구였다. 7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가을학기에 만났을 때 급히 성숙해진 모습에 놀랐다. 키도 쑥 자랐고 머리를 길게 길러 한쪽 옆으로 늘어뜨린 진이는 말투도 꼬마 숙녀처럼얌전해졌다. 8학년 학생들이 학교 스케줄 관계로, 대학입시 준비 학원 등으로 또는 아침에 너무 피곤해서 못 일어난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학교를 떠날 때 진이는 보조교사를 자청했다. 가장 어린 유치반 보조교사를 시켰더니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학교의 생리를 잘 알기에 선생님들이 시키기 전에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잘 알아서 척척했다.

은아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다재다능한 아이였다. 교회에서 하는 뮤지컬에 조인해서 세계 여러 나라로 뮤지컬 선교를따라다니고 윤동주시낭송 대회에서도 대상을 거머쥐었다. 한국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교회 친구들이 터프한 척, 쿨한 척 어깨를 으쓱하며 네가 왜 베이비들과 같이 공부하냐? 마치 여기서는 가호 잡아야 한다는 듯 말한 것이 이유라고 했다. 왜? 은아가 속한 반은 8학년 친구들로 구성된 최고 큰 학생 반이었는데… 은아 엄마로부터 그 이유를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조회 때 유치반부터 전교생이 같이하는 걸 보고 한 소리 같다. 폼생폼사인 아이는 나름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고 외동딸을 이길 수 없는 엄마였기에 그렇게 이년 전 가을에 학교를 떠났다가 보조교사로 돌아왔다.



교역자 가정의 맏딸로 태어난 솔비는 늘 바쁘신 아빠 목사님, 교회 반주자이신 엄마 사모님을 대신해서 어린 남동생을 둘이나 돌봐야 한다. 솔비의 예쁜 얼굴에 때로 그늘이 드리워지고 어깨에 동생들의 무게까지 실려있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각종 대회에 참가해서 상도 타고 나름 모든 면에 우등이 되는 솔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도 우리의 많은 예비선생님이 차세대를 이끌고 가는 지도자로 성장해 한국학교의 장래에 밝은 빛을 비추기를 소망한다.


최덕희 / 시인·아이사랑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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