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세계가 찾고 있는 귀하신 존재

“김치를 어디에서 살 수 있나?” 식품점에 들어가자마자한국말로 묻는 물음이다. 질문자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 지역은 한국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서 한국 식품점이 없으니 플러싱까지 가야 살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내 말을 듣고 카운트 아래서 라면을 들어 보이며 김치와 먹으면 맛이 더 좋단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 김치와 라면 이야기이다. 요즈음은 한 가지 더 늘었다. 김에 대해서도 들은 것 같다. 오래전김치 냄새를 조심하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 세계가 찾고 있는 김치에 대해서 말해보자. 김치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배추와 양념이 중요하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지만 11월 22일이 ‘김치의 날’이라고 한다. 11월이 김치의 소재가 가장 맛있을 시기이기도 하지만 11가지의 소재가 모여서 22가지의 효능이 있다는 뜻이란다.

가장 중요한 배추로 말하면 얼마 전 인문학 시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해방 후 가난하던 시절 1950년대에 일본에서 초청해 온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가 종의 합성으로 태어난 배추가 지금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알찬 배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농업연구소장’이라는 직책으로 지금의 알찬 배추와 무를 세상에 나오게 했단다. 한국의 퍼진 재래종 조선 배추와 일본의 절여 먹는 배추와 서양의 속이 꽉 찬 호 배추와 세 종류를 교배해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시절 우리는 우장춘 박사는 씨 없는 수박을 만들었다고만 알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고 씨 없는 수박은 일본 학자가 만들었는데 우장춘 박사가 국민이 신품종에 대한 불신을 씻고 종자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소개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 바이러스에 취약한 강원도 감자의 품종을 개량해서 지금의 크고 맛있는 감자가 태어났다고 한다. 또한 제주도에는 기후가 감귤에 적당하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감귤을 재배하게 되었단다. 이렇게 계절에 맞추어서 병에 강하고 맛있는 품종으로 개량하여 대량으로 생산하였기 때문에 국민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줄여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학계에서는 그의 ‘종의 분화’와 ‘종의 합성’이 오랫동안 내려오던 ‘다윈의 진화론’을 수정하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나는 이 모든 사실을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배추가 알차지 않아서 퍼진 배추로 김장했기 때문에 나는 푸른 잎만 먹어야 했다고 불평했다. 감자도 자주감자만 보았고 감귤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60년대 부산에서 시집온 작은 어머니가 가져와서 처음 맛을 보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과일도 있을까 하고 놀랐다. 그의 조상들이 한국에 무슨 일을 했든 우장춘 박사가 죽기 3일 전 한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문화 포장’을 받고 그는 “조국이 드디어 나를 인정했다”는 말로 그의 생을 끝마쳤단다.

그가 가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국에 사는 대다수는 식생활의 변화로 빵이나 피자를 먹고 쌀은 남아돌고 젊은이들은 고기를 먹고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식품업계와 학계에서는 김치야말로 면역력이 높은 항바이러스 식품으로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식품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면역력이 높다니 요즈음같이 별난 바이러스가 성행하는 세상에서는 아마도 저장 발효 식품 김치가 효과가 있다고 믿었나 보다. 실제로 오래전 내가 병원에서 일할 때 함께 일하든 이탈리안 친구는 냉장고를 열고 김치 병에서 긴 배추김치를 쭉 찢어서 밥도 없이 먹고 국물까지 마신다. 오래전 우장춘 박사는 자신이 태어나게 한 배추로 만든 김치를 지구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게 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가 남긴 업적에 감사할 따름이다.


김동주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