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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독일계 커뮤니티와 코로나19

미국은 여러 인종과 민족으로 이뤄진 국가다. 혈통적으로 어디 출신이 많을까. 메이플라워, 청교도, 앵글로색슨 등을 떠올려 영국계로 오해할 수도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독일인이 가장 많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의 북부 지방에서 온 이민자들을 흔히 독일계로 분류한다.

독일계 이민자의 역사는 오래전 식민지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독일이란 국가 형태를 이루기 전에 독일은 군소 영주들로 이루어진 영주국이었다. 미국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은 이런 독일 영주국에서 용병을 고용했다. 전쟁이 끝난 뒤 상당수 독일 용병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았다. 그후로도 독일계 이민자들은 꾸준히 왔고 19세기 중반에 절정을 이뤘다.

독일하면 ‘군인’을 생각하지만 사실 독일인은 평화주의자가 많고 종교적으로 평화와 전통을 고수하는 기독교 분파가 많다. 종교 단체 퀘이커교가 대표적이고 문명을 거부한 채 자연과 살아가는 아미시도 독일계다.

독일계는 한인과 유사한 점도 많다.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에 익숙하고 근면 성실하며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다. 독일 이민자들도 과거엔 그들끼리 타운을 이루고 살았다. 현재 우리 주변에도 독일식 지명이 많다. 10월에 열리는 옥토버페스티벌은 독일계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다.



새삼 독일계 이민자를 거론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한인커뮤니티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독일계 이민커뮤니티는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의 한인커뮤니티처럼 혈통적 특색을 확실하게 띠고 있었다. 독일어로 신문도 내고 교회에서는 독일어를 가르쳤다. 또 우리처럼 모국과의 유대도 굉장히 깊었다. 독일에 있는 친인척들과 자주 연락하고 또 본국의 정치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랬던 독일커뮤니티가 ‘저먼타운’이란 이름의 관광지와 전통을 고수하는 소수 타운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주류사회에 완벽히 흡수됐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1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미국은 처음에는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당연히 독일커뮤니티는 그들의 모국인 독일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사회주의를 받아들여 반전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미국이 영국 편을 들고 전쟁에 참전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독일을 지지하거나 반전을 하면 전부 반역자로 몰렸다. 독일인의 상당수가 감옥에 가거나 추방됐다. 심지어 독일인들에 대한 왕따와 폭력 그리고 살인까지 벌어졌다.

남은 독일인들이 택할 수 있는 건 독일인이란 정체성을 버리고 주류에 동화하는 것이었다. 1차대전이라는 바다 건너 모국에서 벌어진 일이 미국에 거주하던 독일계 이민사회를 붕괴시킨 것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우리의 모국이 매스컴에 자주 나오고 특히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아직 재앙이라 부르기엔 이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국이 문제 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미주 한인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물론 독일커뮤니티의 극단적인 경우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독일 이민자커뮤니티에서 벌어졌던 일도 발단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시작돼 집단 히스테리와 증오로 번졌다.

다행히 미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낮고 확산되지도 않고 있다. 시대도 많이 달라져 이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한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다. 조속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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