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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루스 산책] 소인배 트럼프

올해 2월 초 미국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트럼프의 연례 대통령 국정 연설이 끝날 즈음 상원의장 마이크 펜스와 나란히 서 있던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가 트럼프의 연설문을 찢어버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다음은 최근에 내 모교 동창회 웹사이트에 ‘미국 하원의장 대통령 연설문 찢어버려’라는 후배 동문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위해 의회에 입장해, 관례에 따라,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국정 연설 원고를 전달했다. 펠로시 의장은 원고를 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하기 위해 손을 건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면하여 버렸다.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보란 듯이 여성 국회의장이 대통령 연설문을 찢어버렸다. 미국에서는 TV 생중계되었고, 한국에서는 정규방송 뉴스 시간에 보도되었다. 여성 하원의장이 무례한 대통령에게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통쾌하다. 미국의 저력이자 힘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국의 대통령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악수를 거부하다니, 추태다. 인격 수양이 부족한 탓이다.”

아울러 그 동문은 트럼프를 속 좁은 ‘전형적인 소인’이라며 어떻게 그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미국과 세계의 불행이라고 했다.

아주 최근에는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폭증하며 연방정부의 지지부진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잇달았다. 특히 더디고 턱없이 부족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검사와 보호 마스크, 인공호흡기, 모니터 등 의료장비 부족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이 가해졌다. 트럼프는 그 책임을 전 오바마 행정부와 정부 체재에 돌리며 전연 자기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후 첫 7주 동안 미국은 겨우 1만1000명을 검사했는데 이는 대충 한국의 하루 검사에 맞먹는 숫자다. 며칠 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뉴욕주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누가 누구를 비난하고 싶거든 나를 비난하시오.”라고 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대단치 않게 보고 언론과 민주당이 코로나 위기를 과장한다며 “일반 미국인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은 낮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지난주 코로나바이러스 뉴스 브리핑 중 NBC 기자 피터 알렉산더가 트럼프에게 TV를 시청하고 있는 겁에 질려 있는 미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 한마디 해달라고 했다. 잔뜩 삐친 트럼프가 “당신은 형편없는 기자야. 그게 내가 할 말이야. 내 생각에 당신 질문은 몹시 비열해. 매우 나쁜 신호를 미국민들에게 보내고 있어.”라며 자기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향해 사실 보도보다는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 답변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고, 대통령답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때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폭풍으로 불안에 휩싸여 있는 미국민을 진정시키고 안심시키는 위로의 말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지만,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 위기를 벗어납시다.” 하면 되는 것이다. 잠시 후 같은 질문에 “두려워 마세요, 정신 바짝 차려 경계하세요.”라고 짧게 대답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훨씬 대통령다웠다는 평이다.

소인이란 도량과 마음 씀씀이가 좁고, 자기중심과 원칙이 없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부화뇌동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졸장부라고 부르기도 하고 ‘밴댕이 소갈머리’를 가졌다고도 한다. 속이 너그럽지 못하고 옹졸하며, 오직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하고, 자기에 대한 비판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사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트럼프……. 지난 3년 남짓 그는 대통령으로서는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이며 때로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플로리다 주말 골프를 즐긴 트럼프를 로마가 불타고 있을 때 멀리서 수금을 켜며 노래를 불렀다는 네로 황제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의 현 임기 중 최대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하기에는 그의 그릇이 너무 작은 것 같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트럼프야말로 플라톤이 민주주의의 폐단으로 지적한 ‘중우정치’(衆愚政治)의 사생아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가 올 11월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태종수, 전 아칸소대 정치학 교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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