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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1대 총선 재외선거무산 유감

“유권자가 13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동남부지역에서 적어도 1만명은 등록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월 1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협의회 신년하례식. 조선희 애틀랜타총영사관 영사는 행사도중 발언권을 얻어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유권자등록 필요성을 홍보했다. 외교관 답지 않은(?) 조 영사의 당당하고 간절한 호소는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 영사를 비롯한 선거관리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권자 등록이 끝나는 2월 15일까지 미국 동남부 곳곳을 누비며 재외국민들의 선거참여를 독려했다.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유권자가 있는 곳이라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주말에는 애틀랜타 소재 한인마트 앞에서 현장 접수를 받았다.

이 덕분인지 애틀랜타 총영사관 관할 동남부 6개주의 등록 유권자 수는 5000명을 넘었다. 미국내에서 뉴욕, LA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숫자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우려해 재외선거 사무중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중앙일보 3월 31일자 1,8면 참조) 이로 인해 중국 우한을 비롯해 미국 등 40개국 내 65개 공관에서 선거사무를 중단했다.

특히 미국에선 모든 공관에서 사전투표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미국 거주 한인 유권자 4만307명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전세계 재외선거 유권자(17만1959명)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로 인해 미주한인들의 참정권은 휴지가 됐다. 한국 정부도 막대한 선거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곪은 것이 잘 터졌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외선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재외국민들의 선거참여는 저조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선관위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교부 및 재외공관과 신중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재외공관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것인데,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말을 물가로 끌고 오는 데 성공은 했지만 물을 강제로 먹이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게다가 재외국민들이 사전투표를 한다고 해도 항공 운항이 어려워서 투표함을 옮기는 것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칫 사전투표를 강행하다가 만에 하나 비행기가 없어 사표가 발생하는 일이 생긴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4월 15일 재외선거를 하고 개표도 현지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도 문제가 있다. 사전투표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게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표를 현지에서 하고 그 결과를 국내에 통지하는 방식은 어떨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관위는 천재지변 또는 전쟁, 폭동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를 마친 표가 선거일 오후 6시까지 도착할 수 없을 경우 해당 지역 재외선관위원회가 개표를 할 수 있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결재와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외 현지에서 개표가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 감히 먼저 말할 수는 없지만 바라던 바다. 차라리 사전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재외한국인 안전을 위해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정부 당국의 심사숙고한 결정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말도 많은 재외국민 사전투표다. 애초부터 재외한인들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탁상공론식으로 선거법을 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문제점을 다시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외국민선거를 아예 폐지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비판의 소리가 있더라도 ‘징비록’을 써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경우 한인 유권자가 넓은 지역에 골고루 분산돼 거주하고 있어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힘들다. 20대 총선부터 인터넷과 우편을 통한 유권자 사전등록은 가능하지만, 아직도 투표만은 현장에서 직접해야 한다. 사전등록자수는 늘고 있지만, 투표기권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주한인사회는 개선책의 하나로 온라인 투표와 우편투표를 주장했다. 앞으로 이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외선거의 당일 투표 및 현지 개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기존의 선거제도가 제외국민들에게 불편을 조장하고, 이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해 유권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면, 이는 개선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족으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미국은 전역에서 투표가 불가능 한데, 중국에서는 어떻게 우한지역을 빼고 정상적으로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을까?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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