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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뉴욕'과 '요크셔'의 표기 차이

진부할 수 있는 퀴즈 하나. 뉴욕(New York)은 뉴욕인데 요크셔(Yorkshire)는 요크셔다. 뉴욕의 ‘욕’과 요크셔의 ‘요크’. 두 영어 음절의 영어 표기는 ‘York’로 같다. 그런데 한글로 옮겨 적으면 달라진다. 하나는 요크, 다른 하나는 욕이다. 어떤 게 맞는 걸까. 정답은 요크다. 쉽게 설명하면 장모음 다음에 받침을 쓰지 않는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을 뉴요크로 쓰는 사람은 없다. 뉴욕을 써도 된다. 실생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원칙에 맞지는 않지만 뉴욕을 인정해 준 거다. 언어 대중이 즐겨 사용하는 말은 대개 언젠가는 사용 승인을 받게 된다. 짜장면이 결국 표준어 인정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측면에 주목하면 언어는 일종의 살아 있는 생물, 파고가 출렁이는 흐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새로울 것도 없는 외래어 표기법 문제를 굳이 꺼낸 이유는 최근 국내에서 단편소설집이 번역 출간된 미국의 한 호러 작가 이름 때문이다. 최근 기사로도 소개했지만 과거 이 작가의 소설을 출간한 황금가지는 작가 이름을 리처드 매드슨이라고 표기했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낸 현대문학이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다며 이번에 매시슨이라고 표기했다. 기자는 처음에는 매시슨과 매드슨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 책날개 작가 정보를 보고서야 동일인임을 알게 됐다.

이런 혼선도 비용 개념으로 따져볼 수 있을까. 매시슨과 매드슨 사이에서 헤맸던 몇 분, 몇 초. 기자가 겪었던 심리적 비용은 사소하다면 사소하다. 그러나 누군가 도서관에서 러시아 대문호의 책을 빌리려 한다면 비용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도서관에서 가령 톨스토이의 책을 검색하면 똘스또이로 작가 이름이 표기된 책들은 검색되지 않아서다. 톨스토이라고 표기한 책들만 검색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력·예산 만성 부족에 시달린다고 읍소해온 도서관들이 같은 작가의 표기법 다른 두 이름 모두를 도서정보로 입력할 여력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이런 경우가 다른 모든 외국인 이름, 고유명사로 확장된다고 상상해보라. 반면 민간 영역인 교보문고 같은 곳에서는 두 이름 모두로 검색이 된다.

다년간의 외국어(주로 영어) 수련 덕에 형성된 우리 마음속의 발음기호. 그것과 동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한글 표기. 여기서 생겨나는 혼란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북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WHO 사무총장, 옮겨 놓은 한글 표기도 무척 읽기 어려운 이 분 이름을 둘러싼 혼선 말이다.

AI가 여러 방면에서 인류를 능가하는 마당에 이런 문제의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걸까. 결론을 당겨 말하면, 없다.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설 수는 없는 걸까. 당분간 큰 혼란을 감수해야겠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손보거나, 아니면 현행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민간을 달래거나. 가뜩이나 삶이 위태로운데 구약 시대 바벨탑 아래인 것처럼 말까지 어지러워 해보는 소리다.


신준봉 / 한국중앙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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