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철학이 있는 사색] 어찌 이런 일이!

선진국이나 일류문명국가라는 말을 듣는 나라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내용은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자유나 민주주의 같은 국민을 위한 제도를 갖추거나, 정의 같은 도덕으로 사회질서가 바르게 세워진 나라일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모든 국민이 생활에 걱정 없이 살아가는 나라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구비 한 나라를 문명, 또는 선진국이라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을 최우선시하여 국민 하나하나의 생명을 지키는 나라다. 먹고 마시는 것이 풍요하고, 자유가 있어 권리행사에 만족감을 갖는다 해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아니하는 나라는 선진국이나 문명국가라 하기 어렵다. 인간의 생명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국가정책을 잘 세운 나라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1776년 독립 이후 지금까지 세계 정치, 경제 및 군사력을 이끄는 미국이라는 초일류국가에 살고 있다. 로마가 1세기 이후 세계를 제패, 화려한 문명국으로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듯이, 미국도 로마 이상의 번영과 발전을 이루어 이방 민족들이이 땅에 이주하여 살고 싶어하는 그런 역사를 만들어 가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과연 초일류선진국이 맞는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일 하나가 있었다. 한국인 청소년 하나가 위독한 입장에서 병원을 찾았는데,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 치료를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보냈다. 그런데 그 사이 생명을 잃어버리게 된 사건이 발생 한 것이다. 그것도 말 한대로 인권을 숭상하고 인간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신념을 가진 나라라고 믿는, 소위 선진국 미국에서 말이다.



히포크레테스 선서를 현대화한 1948년 의료직 입문 제네바 선언을 보면,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 나는 환자를 위해 내 의무를 다하는 데 있어 나이, 질병, 장애, 교리, 인종, 성별, 국적, 정당, 종족, 성적 성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 / 나는 위협을 받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에서부터 최대한 존중하며, 인류를 위한 법칙에 반하여 나의 의학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 나는 이 모든 약속을 나의 명예를 걸고 자유의지로서 엄숙히 서약한다.”로 되어 있다.

그 병원의 의사들은 이 선서를 하고 자격증을 가지고 의료에 임했을 것인데, 일류문명국가,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하지 않아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은 한국말로 “어찌 이런 일이!” 한탄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불행한 사건 하나로 미국 전체 병원운영이나 의료정신을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를 앞세워 발전한 미국이 이제는 인간 생명이나 존엄성보다 물질, 즉 자본의 가치와 힘을 더 숭상하는 그런 나라가 되어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볼 때 생명보다 돈을 먼저 앞세우는 비정한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이 비싸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에 따라 정말 경제적 여력이 없는 국민은 의료보험에 들지 못하고 있어 죽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오바마 케어가 제정되었어도 그마저도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 보험 혜택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도 돈이 있어야 생명도 구해지는 그런 상황이다.

결국,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 자체를 받지 못해서 불행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번 일은 아예 병원이나 의사들로서 사명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가지고 있던 생명 경외라는국가 정신의 이미지를 상실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19로 준 전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의 생명이 사망에 이르게 되리라는 예상도 있다. 만약 그런 상황에 돈 없고, 보험 없는 환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미국정신의 혜택을 받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될지 자못 염려스러운 궁금증을 갖게 된다.


장석민 목사 / 빛과 사랑교회 담임, 언더우드대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