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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코로나 산책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에 갇혀 있으면서 더욱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사는 커뮤니티의 체육관이 문을 닫아 바닷가 공원을 산책했는데 학교가 쉬는 바람에 아이들이 몰려와 공놀이하자 공원 마저 빗장을 걸었다. 다행히 트레일은 오픈해 오전, 오후 나누어 하루에 평균 두 시간 정도 걷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걷는 시간이 많아져 ‘코로나 산책(Corona Walk)’이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미국에서만 요즘 매일 1000명 이상이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Corona)라는 말은 원래 나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왜 이 끔찍한 병에 코로나 이름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는 태양 주변의 광채를 말한다. 여기에 꽃의 아름다움, 황홀한 빛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가 사람 죽이는 바이러스 의미였더라면 멕시코 맥주에 Corona Beer, 한인들이 많이 찾는 퀸즈프레시메도 공원도 Corona Park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 파크에는 수영장, 아이스 링크가 있고 히스패닉계 청년들이 축구를 즐기는 사랑 받는 넓은 공원이다. 한때 한인회가 여기서 추석 잔치를 해 한두 번 가 본 적이 있다.

나의 코로나 산책은 집을 나와 돌아올 때까지 95분 걸리는 5마일 코스다. 로즐린하버를따라가는 오솔길인데 군데군데 4개의 쉼터가 있다. 누군가가 기증했는지 벤치가 많지만 앉아서 쉬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큰 개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다. 4월이 되자 꽃은 코로나바이러스도 무서워하지 않고 하나둘 예쁜 얼굴을 내밀고 웃으면서 피고 있다. 아침, 저녁이 다르고 하루 지나면 길가에는 모르는 꽃이 만발한다.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도 자연은 건드리지 않는 것 같다.

산책로에는 다리가 있다. 오늘 아침 이 다리의 7번째 기둥, 두 번째 난간을 만졌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 가능성은 아주 적겠지만 만나면 보통 인연이 아니겠지. 악연이라도 기가 막힌 악연이겠지. 그럴 리가 없을 거야. 어젯밤 빗물에 씻겨 내려갔거나 햇볕에 말라 죽었을지도 모르지. 혹시라도 바이러스를 만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금방 바닷물로 손을 깨끗이 씻었다.



산책길에 가끔 이웃 사람을 만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반가워서 악수하고 가까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말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두 발자국 물러선다. 못된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떼어 놓고 있다. 가족을 멀어지게 하고, 커뮤니티를 이간시키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높은 담을 쌓게 하고 있다. 누가 사람 죽이는 바이러스를 가졌는지 모른다. 증상 없는 보균자가 25%,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55%, 15% 정도가 독감처럼 앓고 나머지 5%가 심각한 고통으로 입원해서 그중 1~2%가 목숨까지 잃는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피크가 지나 사람들이 가택연금에서 풀려나고, 닫았던 비즈니스가 문을 열어야 한다. 하루하루가 심각하다.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나에겐 이것이 전쟁이다. 이 엄청난 재앙이 지난 후에도 나는 이 길을 걸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산책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더운 여름, 산책 후 코로나 맥주는 마실 것이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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