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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알래스카 원주민과 코로나19

10년 이상을 알래스카 서쪽 베링해 연안 도시인 놈(Nome)에서 동토 융해에 대한 연구를 했었다.

놈 인근에는 필그림 온천이 있다. 놈에서 연구활동으로 지친 심신을 풀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야외 천연온천을 종종 찾았다.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의 부귀영화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평안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곳은 오래 전에 고아원이 운영됐던 곳이라고 한다. 이런 오지에 고아원이 왜 생겼을까? 나름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금광 도시 놈은 백인에 의해 개발돼 알래스카에서 유일하게 술을 팔 수 있는 곳이었다. 금광의 개발로 놈에는 술집들이 많았고 그 부작용(?)으로 많은 애들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추측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까지 뇌리에 박혀 있었다.

알래스카 원주민 부족의 대표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에 따라 강제적인 조치로 14일간의 격리와 마을의 출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중앙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를 기준으로 북쪽 원주민 마을에는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다. 왜 이들은 이러한 조치를 내렸을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플루엔자의 치명적인 감염으로 폐출혈, 부종 및 기타 호흡기 감염 질환이 발생해 1918년부터 1920년 사이에 최소 1700만명에서 최대 50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중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년에 알래스카 놈에서는 8일 만에 160명, 놈의 위성 도시인 텔러에서는 5일 만에 80명 중 75명의 원주민이 인플루엔자 감염에 의해 사망했다. 이때 부모를 잃은 어린이의 감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놈 정부에서는 고아원을 설치해 운영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원주민의 사망률은 백인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감염된 백인 17명은 점차 호전되었지만 원주민들은 전원 사망했던 것이다. 원주민은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이 거의 없었기에 사망률이 높았다. 원주민은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추운 곳으로 대륙 이동을 감행했다.

1951년 미국 병리학자 훌틴과 연구자들은 지역 원로들과 상의한 끝에 동토에 매장된 시신으로부터 1918년에 감염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채집하는 허가를 받았다. 특히 시신 중 뚱뚱한 여성의 폐조직에서 시료를 채취할 수 있었다. 이는 지방층이 두꺼워 폐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학자들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훌틴은 동토의 융해로 매머드의 복원을 이루려는 노력은 잊으라고 강조했다. 이는 매머드 속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의 감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20년과 2016년 사이에 러시아 야말 지역에서 순록의 사체가 대량으로 발견되고, 인간 감염자들도 발생했는데 원인은 탄저균으로 밝혀졌다. 훌틴은 자비로 이러한 모든 연구를 감행했지만 지속적인 후속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지방의 동토 융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극지방 원주민과 그들의 삶의 터전, 자연 생태계를 말살시킬 수도 있다는 가설은 허구가 아니다. 그 속에 어떤 전염성 바이러스가 세상으로 나와 창궐할지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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