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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세계 엿보기] (30) 접촉을 통한 위로

공기나 접촉으로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로 인해 자택 격리,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요되고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이 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사람들을 만날 때 악수나 포옹을 통해 친밀감을 표현했다.

악수는 어느 곳에서도 통하는 세계 공통의 인사다. 중세 시대 기사들은 칼을 차고 다니다 적을 만났을 때 오른손으로 칼을 빼 적의를 표현했다. 하지만 싸울 의사가 없을 땐 손에 무기가 없다는 의미로 오른손을 내밀어 잡은 것이 악수의 유래다. 악수할 때 팔을 흔드는 이유는 맞잡은 손의 소매 부분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오늘날의 악수는 나쁜 의도 없이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다.

채플린으로서 힘들고 절망의 빠진 환자나 환자의 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공감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이러스 전염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가장 두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악수가 세균을 옮기는 주범이라 하여 악수를 없애고 그 대신 주먹을 살짝 맞부딪히는 주먹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밤 근무를 하던 날, 새벽 4시 반에 중환자실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다 말고 얼떨결에 전화를 받았다. 환자가 죽었고, 환자 가족이 있으니 와달라고 했다. 환자는 50대 후반의 기독교인 남자였다. 코로나-19에는 감염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중환자실에 가서 담당 간호사와 인사를 나눈 후 손을 닦고 환자의 병실로 들어갔다.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눈을 부릅뜬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 곁을 환자의 배우자와 딸이 지키고 있었다. 내가 채플린이라고 소개하자 환자의 아내와 딸이 다가와 포옹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유감의 마음을 표하고 환자의 아내가 우는 동안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러다 문득, 어? 이래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고사하고, 환자의 가족과 밀착되어 포옹을 하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 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잘하고 있다고 믿었던 행동에 이제는 두려움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기분이 묘했다.

한참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환자가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된 것이지? 환자가 죽은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기억의 필름을 되돌려보니 간호사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A patient is dying.” 환자가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고통의 자리에 함께 있어주고 위로하도록 채플린을 부른 것이었다. 환자가 눈을 부릅뜨자 아내는 울다 말고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통곡을 했다. 한참을 묵묵히 지켜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린 후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간호사를 통해 알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 다행히 가족은 내가 환자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길 바란다.

아침 7시반쯤 중환자실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환자가 죽었고, 환자의 가족들이 대기실에 있다고 했다. 새벽에 방문했던 그 환자는 아니었다. 나는 8시에 근무 교대라 다른 채플린이 방문했다. 환자는 40대 후반 여성으로 카톨릭 신자이고 코로나-19감염 확진자였다. 채플린은 환자의 방 앞에서 가족들을 위로하고, 카톨릭 의식에 따라서 ‘ 죽은 자를 위한 기도와 예식’을 드렸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지만, 마음의 거리 두기까지는 강요할 수 없다. 다시금 손잡고 서로를 격려할 날을 기대해 본다.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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